4년 10개월 방역 수장…코로나 유행 내내 방역 컨트롤타워
성실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깊은 인상…'늘어난 흰머리·닳은 구두' 화제
문 정부 'K-방역'의 상징…정치방역 비판에 "과학 방역했다"
영광과 상처 뒤로한 채 떠나는 '코로나 전사'…정은경 청장 퇴임
코로나19와의 싸움 내내 최전방에서 싸웠던 정은경(57) 질병관리청장이 방역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 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맡았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새 질병청장으로 임명함에 따라 청장 자리에서 퇴임한다.

정 청장은 2017년 7월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방역 사령관' 역할을 했다.

본부장으로 코로나19를 마주친 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뒤에는 초대 청장이 돼 '전선'을 떠나지 않았다.

정 청장이 방역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4년 10개월만이다.

그는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 2년4개월간 'K-방역'을 이끌어왔다.

정 청장은 1995년부터는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 들어온 뒤 28년간 질병과 광역 관련 현장에서 헌신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위기관리에 앞장섰지만 당시 사태 확산의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정 청장은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성실한 대응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행 초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는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나, 검소한 씀씀이가 드러나는 업무추진비 이용 내역 등이 화제가 됐다.
영광과 상처 뒤로한 채 떠나는 '코로나 전사'…정은경 청장 퇴임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흰머리, 닳아버린 구두, 정 청장의 차분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은 코로나 극복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됐다.

정 청장 임명 당시 임명장 수여식은 바쁜 상황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현장'에서 진행했다.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를 직접 찾아 임명장을 수여한 것이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 청장은 그동안 직원들 사이에서 '꼼꼼하다', '방역·국가 보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는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해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방역 관련 회의나 행사에 직접 참여하며 마지막까지 트레이드 마크인 성실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13일에도 새 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했고, 새 청장 임명 소식이 전해진 순간에도 새 정부의 코로나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던 중이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상징적인 인물인 만큼, 방역정책과 관련한 문 정부의 성과와 함께 비판도 정 청장의 몫이 됐다.

새 정부는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적 방역'을 내세우고 있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지난 2년간 질병청은) 과학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백신이나 치료제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영광과 상처 뒤로한 채 떠나는 '코로나 전사'…정은경 청장 퇴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