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공무상 재해 입증책임 국가가 부담
서영교 "우리 사회 영웅들 지킬 것"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영교·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앞서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2020년 11월과 지난해 12월, 행정안전위원장인 서 의원은 작년 12월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공상추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제가 지난 4월 16일 <희귀암으로 세상 떠난 소방관…보상 받는데 5년 걸린 이유[오형주의 법읽남]> 기사를 통해 한차례 소개한 적 있습니다.
2014년 6월 세상을 떠난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경우 화재 현장에서 유해 물질에 노출돼 혈관육종암이라는 병을 얻었는데요. 공무원연금공단이 화재 진압 중 병에 걸렸다는 근거가 없다며 보상금 청구를 거부해 재판을 거쳐 2019년 9월에서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보상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현행법이 공무상 재해를 입증할 책임을 국가가 아닌 공무원 본인이나 유족에 지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급여나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는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공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상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법원칙에 따라 입증 책임은 당사자인 공무원이 부담해왔던 겁니다.
이번에 행안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런 입증책임을 공무원이 아닌 국가가 지도록 했습니다. 즉 공무원이 공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일단 공상으로 추정하고 실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국가가 밝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4조의2를 신설해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공무수행과정에서 상당기간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질병에 걸리는 경우와 그 질병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그 질병의 종류는 대통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습니다. 구체적인 질병명이나 해당되는 공무원의 직종, 유해·위험 환경 재직 기간 등 사항은 소관부처인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개정안은 공상추정제도와 관련한 심의 절차 등도 개선했습니다. 현재는 공무상 부상과 질병을 구분하지 않고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한꺼번에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산업재해에 비해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서영교 의원은 공무상 재해가 명백한 경우엔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보상을 받는 공무원 수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성주 인사혁신처 차장은 지난 4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해 “매년 6000~7000건 가량 심의가 접수돼 대략 85% 가량이 승인되고 있다”며 “공상 추정 제도가 도입되면 대략 0.4~0.5%포인트 가량 승인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행안위원장으로 이번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서영교 의원은 “전국 곳곳에서 이웃을 위해 밤낮으로 뛰는 소방관, 경찰관, 집배원은 우리 사회의 영웅이지만 이들이 아플 땐 국가가 지켜주지 않았다”며 “공상추정법이 통과되면 공무원이 공무수행 중 부상이나 질병으로 장해를 입으면 국가가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본회의를 통과해 우리 사회 영웅들을 우리가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