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같은 해발고도 8000m 이상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오르는 전문 산악인의 등에는 동인기연 배낭이 있습니다.”

세계 1위 전문가용 배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생산기업 동인기연의 정인수 대표(사진)는 제품에 대해서 이같이 설명했다.
○50만원 이상 전문가용 배낭 연간 600만개 제조
1992년 설립된 동인기연은 아크테릭스, 그레고리, 파타고니아, 예티, 블랙다이아몬드 등 40여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의 배낭과 등산용품을 평균 20년 이상 제조하고 있다. 개당 소비자가격 50만원 이상인 고가의 제품이다. 필리핀(직원 1만여명)과 베트남(1000여명)에서 주로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한다. 연간 배낭 생산량은 600만개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이다. 작년 매출은 1666억원에 영업이익 147억원, 올해 매출은 2200억원에 영업이익 31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인기연이 전문가용 등산배낭 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인체 공학에 기반한 배낭 설계 능력이 있다. 등산배낭은 사람의 허리와 어깨에 밀착해야 한다. 문제는 사람마다 골반에서 어깨까지의 길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여성용과 남성용도 각각 배낭의 무게 중심을 놓는 위치가 다르다. 남성은 통상적으로 목 뒤에, 여성은 날개뼈 사이에 무게가 실릴 때 움짐임이 자유롭다. 정 대표는 “배낭은 과학이다”라며 “일명 ‘토르소 어드저스트먼트’라는 몸통 수정 기술을 수십년간 꾸준히 연구하면서 사람의 다리와 팔, 몸통은 흔들려도 배낭은 움직이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알루미늄 압출 기술도 동인기연의 노하우다. 최근에 출시한 등산스틱의 경우 수십㎏의 무게추를 달아 5년간 8만번 이상의 충격 테스트를 하고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정도다. 정 대표는 “등산스틱 외에 캠핑의자, 텐트 등 알루미늄 압출 원천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자체 브랜드 출시
동인기연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과 필리핀 공장 셧다운의 영향으로 2019년 1665억원의 매출은 2020년 1151억원으로 줄었다. 고객사의 주문 물량도 대폭 감소했다. 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자체 브랜드 ‘인수스’ 를 올해 1월 출시했다. 골프백 시장 등도 개척했다. 신사업 매출이 내년 6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동인기연은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벌어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동인기연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그동안 억눌렸던 등산배낭 수요가 증가한 반면, 중국에 봉제공장을 둔 제조사들의 미국 수출길은 막혔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고객사들이 중국에 맡겼던 제조 물량을 빼서 필리핀과 베트남 등으로 많이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정 대표는 1992년 알루미늄 압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섰다. 봉제공장을 하던 지인의 영향으로 배낭 사업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미뤘던 코스닥 시장 상장 준비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