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연의 논점과 관점] 탐욕에 빠진 기술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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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연 논설위원
![[유병연의 논점과 관점] 탐욕에 빠진 기술만능주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07.17149995.1.jpg)
이 같은 서양 격언처럼 최근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든 한국산 코인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 역시 과정은 혁신적인 코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선의와 블록체인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했다.
30세 코인 개발자의 타락
권 대표는 언론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트위터로 자신의 추종자들과만 소통하며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통했다. 막대한 부와 성공에 취한 그는 루나 폭락 사태 직전 한 해외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현재 존재하는 코인 스타트업의 95%는 무너질 것”이라며 “그런 걸 보는 게 즐겁다”고 할 정도로 거만이 하늘을 찔렀다.하지만 그가 제시한 코인 유토피아의 실상은 허구였다. 테라 코인 한 개당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면서 미국 달러나 국채 등 안전자산이 아닌 자매 코인(루나)을 발행해 가치를 떠받친다는 설계부터 그랬다. 사실상 ‘코인 돌려막기’ 구조였다. 신기루로 쌓아 올린 ‘50조원 바벨탑’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탐욕의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엔 투자자들의 눈물과 한숨만 남았다. 국내 피해자만 해도 28만 명이 넘는다.
윤리 없는 기술의 참사
롭 라이히 등 미 스탠퍼드대 교수들이 공동 집필한 저서 《시스템 에러》는 “세상은 엔지니어들의 손에 놓여 있다”며 “그런데 무한 성장과 돈벌이에 대한 집착이 실리콘밸리를 휘감고 있다”고 경고한다. “‘일단 결과를 만들어내고 용서는 나중에 구하라’는 게 실리콘밸리 기술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사고방식”이라는 설명이다.인공지능(AI), 블록체인, 유전공학,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혁명 시대에 탐욕의 기술이 몰고 올 결과는 재앙적이다. 미국 바이오벤처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벌인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 사기극은 그 일단에 불과하다.
이번 루나 사태가 보여주듯 기술 발전에 윤리가 결여됐을 때 그릴 수 있는 미래는 디스토피아뿐이다. 그러나 공과대학 교실에선 어떤 가치를 기술에 담고 결과에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기술 교육에 윤리와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소양의 육성이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이유다. 기술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우리 사회도 이면의 그림자가 몰고 올 디스토피아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파생하는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적절한 윤리적 기준과 보편적 공감이 필요하다. 그릇된 기술만능주의가 불러올 재앙을 막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집합적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