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 종목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 사장이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현장 참석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스토리 전략과 회사의 미래 비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 사장이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현장 참석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스토리 전략과 회사의 미래 비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증권업계에서도 정유주인지 배터리주인지를 놓고 여전히 헷갈려하는 종목이다. SK온의 모회사로, 2차전지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지만 정작 주가 수준은 정유주에 머물거나 정유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정유주의 한계에서 벗어나 친환경 그린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배터리뿐 아니라 배터리 리사이클, 재활용 플라스틱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통해 정유 회사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탄소에서 그린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9조원대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총을 보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증권업계에서는 배터리 부문의 기업가치만 적게는 7조4000억원, 많게는 12조원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유 부문의 기업가치가 20조~25조원을 평가받는다는 점을 따져보면 사실상 주가에 배터리 가치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SK온의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 할인이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 탓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냐 배터리냐를 넘어 친환경에너지주로 변신하고 있다. 배터리나 분리막 등 2차전지 소재 사업뿐 아니라 세계 최초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을 개발,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2024년부터 상업화할 예정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도 SK이노베이션의 유망 신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3년 50%, 2025년 80%, 2027년 10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청사진이다.

친환경 윤활유, 바이오연료 등 친환경 비중을 꾸준히 늘려 2050년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장기 계획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지난해 ESG 등급 A+를 받으며 전년보다 한 단계 올라선 비결도 여기에 있다.

배터리 날개 달고 ‘친환경 에너지주’ 변신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방한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에 관한 기대가 증권업계 전반에서 높아졌다. 핵심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3일 공식 출범을 선언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주요 국가를 아우르는 경제 협력 체제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어간다는 목표를 담았다.

미국과 한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글로벌 공급망에는 2차전지가 반도체와 함께 중심에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원으로서 2차전지의 안정적 공급망이 필수이며, 미국으로서는 기술과 공급 능력을 두루 갖춘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SK온이 배터리주 가운데서도 수혜가 클 것으로 증권업계가 전망하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자체 배터리 공장(9.8GW)이 있다. 올해 1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11.7GW 규모의 2공장은 내년도 2분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고정비 부담도 완화될 예정이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 생산을 발표하면서 조지아 공장의 추가 수주 기대도 커졌다.

미국에서 내년 출시할 예정인 기아의 EV9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미국 추가 증설도 필요해진 상황이다. 바이든 방한에서 현대차가 미국의 추가 공장 증설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증설 모멘텀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내년도 배터리 부문은 매출이 7조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포드가 전기차 생산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과 동반성장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기준으로 올해 말 40GW, 내년 말 77GW다. 2025년 말까지 220GW 이상으로 고성장을 예고 중이다.

하지만 커지는 덩치와 다르게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내년도 흑자전환 가능성은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흑자전환 지연으로 인해) 현 시가총액은 본업인 정유 사업가치만 겨우 반영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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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배터리 흑자전환 전망

다만 지난 5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개최한 기업설명회(NDR)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수익성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점은 주가 저평가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배터리 소재 가격 급등에 따라 완성 배터리 생산업체로서 적정 수익성 확보가능 여부가 투자자들의 주된 질문이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자동차 회사로의 가격 전가 협상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 등 그동안 다루지 않던 배터리로의 제품 다각화를 추구한다는 점 등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이 대상으로 삼은 전체 시장의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흑자전환은 2023년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는 2023년 1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완성 배터리업체의 흑자전환은 투자 심리를 대폭 개선하는 호재로 여겨진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이던 2020년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4분기부터 이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동안 LG화학 주가는 2배가 됐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여전히 증권업계에서 높은 목표주가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흑자전환에 따른 재평가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32만원으로 현 주가보다 5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흑자전환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