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이 이어졌는데도 시장은 호재로 인식했습니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으나 Fed 태도는 종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지난달의 소매판매가 늘어났다는 경기 지표에 반색했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2.02% 상승한 4,088.85, 나스닥지수는 2.76% 급등한 11,984.52, 다우지수는 1.34% 오른 32,654.59로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개장 직전 나온 경기 지표가 견조했습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0.9%(작년 동기 대비 8.2%) 늘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0% 증가)와 비슷했습니다.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탄탄하다는 신호로 인식됐습니다.

4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 예상치(0.5% 증가)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금융주 임의소비재 등 경기 민감주들이 상승을 주도했다. CNBC 제공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금융주 임의소비재 등 경기 민감주들이 상승을 주도했다. CNBC 제공
Fed 위원들의 발언은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올 4분기까지 신속하게 금리를 정상화하겠지만 (정상화한 뒤에도)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립 금리(neutral rate)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지만 자연스러운 금리(natural rate)는 연 3.6%보다는 높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떨어진다는 분명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 증거가 없으면 더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직후 뉴욕증시가 하락했으나 반등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직후 뉴욕증시가 하락했으나 반등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향후 회의들에서 50bp씩 올리는 게 기본 가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강경 매파인 불러드 총재가 ‘75bp 인상 가능성’을 거론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미 가계 소비가 올해 내내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향후 최소 18개월동안 미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개별 종목 중에선 대형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주택 건자재 업체인 홈디포가 주목 받았습니다. 나란히 1분기 실적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월마트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시장 예상치(1.48달러)를 밑돌았습니다. 특히 올해 EPS가 작년 대비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에선 오히려 4.4% 늘어날 것으로 봐왔습니다.
미국의 대형 소매체인 월마트 주가는 17일(현지시간) 11.4% 급락한 주당 131.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실적 가이던스도 하향 조정한 여파다.
미국의 대형 소매체인 월마트 주가는 17일(현지시간) 11.4% 급락한 주당 131.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실적 가이던스도 하향 조정한 여파다.
홈디포는 달랐습니다. EPS와 매출 모두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회사는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8.2% 줄었는데도 가격이 평균 11.4% 뛰었다”고 실적 호조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집값이 뛰면서 소비자들이 새 주택 구매 대신 집 개조를 선택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얘기입니다.

국제 유가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6% 떨어진 배럴당 112.4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0% 밀린 배럴당 111.93달러였습니다. WTI 가격이 브렌트유보다 높아진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날 유가가 소폭 밀린 건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베네수엘라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 일부를 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선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합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다음주말부터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차량 여행기간)이 시작되는 만큼 8월엔 소비자 가격이 갤런당 6.2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 갤런당 평균 4.523달러입니다. 이미 역대 최고가입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금융주 임의소비재 등 경기 민감주들이 상승을 주도했다. CNBC 제공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금융주 임의소비재 등 경기 민감주들이 상승을 주도했다. CNBC 제공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美 소비 살아 있다” ② 중국 보잉기 추락 원인 찾았다 ③ 테슬라·트위터 동반 상승…머스크의 입 ④ “AMD 추천” ⑤ 브렌트유·WTI 역전 ⑥ “주택 부족 5년 지속” 등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