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겠다"는 국회의장 후보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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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및 상임위원회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국회 운영의 중립성을 위해서다. 계파색이 없어나 옅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아온 것도 같은 이유다. 임기가 끝나면 정계를 은퇴하는 게 관례여서 특정 정당의 편을 들기보다는 합의와 조정을 통해 합리적 결말을 유도하거나, 적어도 국회법 절차에 따른 회의 진행을 의장에게 기대하게 된다. 여여간 첨예한 갈등상황에선 '팔이 안으로 굽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놓고 그렇게 하겠다는 국회의장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다.
국회법 제15조에 따르면 재적 의원의 과반을 득표한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지만, 관례상 원내 제1당이 맡는다. 원내 1당의 내부 경선을 거쳐 국회의장 후보를 1명으로 간추린 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70·대전 서갑)이 만장일치로 국회의장 후보에 추대됐고 본회의 표결을 거쳐 의장이 됐다.
하지만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 의장의 뒤를 이을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는 치열한 경선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당내 최연장자인 5선의 김진표 의원(75·경기 수원무)을 비롯해 5선의 이상민(65·대전 유성을) 조정식(59·경기 시흥을), 4선 우상호(60·서울 서대문갑) 의원이 오는 24일 의원총회에서 펼쳐질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최다선, 연장자가 의장을 맡는 게 관례인 데다 전반기 의장 선출 때 박 의장에게 양보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의원으로선 후배들의 경선 참여가 당혹스러울 듯하다.
치열한 득표전을 의식해서일까. 경선에 나선 의장 후보들의 출사표가 대단히 부적절하고 우려스럽다. '민주당의 피' '민주당 정신' '민주당의 일원' 등을 내세우며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본회의 소집 권한 및 안건 상정 권한 등이 중요하게 부각된 데다 정권 교체로 야당이 된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견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는 하지만 국회의장의 위상이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출마 의사를 담은 친전을 보내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며 "우리가 국회에서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에게 응답하는 리더십을 정립한다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얻어 2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고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의장에 출마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며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의 공도 내세웠다. 민주당이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무소속)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야당 소속 위원’으로 투입하며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을 때 여당 안건조정위원장이 김 의원이었다. 그런 김 의원이 출범 일주일밖에 안된 윤석열 정부의 국회 무시, 국정독주 운운 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 아닌가.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는 주장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야당 원내대표로서 탄핵 찬성을 끌어냈을 때와 같은 조정력을 발휘해 국회가 항상 국민이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만들겠다"며 "입법부의 위상을 강화해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의구심을 낳는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합리적 성향에 여야를 막론하고 소신파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만 달랐다. 그는 "국회의장으로서 시류에 영합하지 않겠다"며 "민의에 바탕을 두고 원칙을 중심에 두는 굳건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찌질한 좁쌀 소아 정치를 극복하고, 시원시원한 큰 걸음의 대아 정치를 하겠다"며 "특정 정파나 계보에 좌지우지되거나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국회와 대통령 및 행정부 사이, 국회 내에서의 여야 사이에 건강한 견제와 균형, 팽팽한 긴장이 유효 적절하게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것이긴 해도 민주당 내부 경선이므로 '민주당 정신''민주당의 피''민주당의 일원' 등등의 말을 뱉아내도 괜찮은 것일까. 이상민 의원 한 사람만이라도 '대아정치'를 강조하며 특정 정파나 계파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한 걸 위안 삼아야 할까.
서화동 논설위원
국회법 제15조에 따르면 재적 의원의 과반을 득표한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지만, 관례상 원내 제1당이 맡는다. 원내 1당의 내부 경선을 거쳐 국회의장 후보를 1명으로 간추린 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70·대전 서갑)이 만장일치로 국회의장 후보에 추대됐고 본회의 표결을 거쳐 의장이 됐다.
하지만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 의장의 뒤를 이을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는 치열한 경선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당내 최연장자인 5선의 김진표 의원(75·경기 수원무)을 비롯해 5선의 이상민(65·대전 유성을) 조정식(59·경기 시흥을), 4선 우상호(60·서울 서대문갑) 의원이 오는 24일 의원총회에서 펼쳐질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최다선, 연장자가 의장을 맡는 게 관례인 데다 전반기 의장 선출 때 박 의장에게 양보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의원으로선 후배들의 경선 참여가 당혹스러울 듯하다.
치열한 득표전을 의식해서일까. 경선에 나선 의장 후보들의 출사표가 대단히 부적절하고 우려스럽다. '민주당의 피' '민주당 정신' '민주당의 일원' 등을 내세우며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본회의 소집 권한 및 안건 상정 권한 등이 중요하게 부각된 데다 정권 교체로 야당이 된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견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는 하지만 국회의장의 위상이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출마 의사를 담은 친전을 보내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며 "우리가 국회에서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에게 응답하는 리더십을 정립한다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얻어 2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고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의장에 출마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며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의 공도 내세웠다. 민주당이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무소속)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야당 소속 위원’으로 투입하며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을 때 여당 안건조정위원장이 김 의원이었다. 그런 김 의원이 출범 일주일밖에 안된 윤석열 정부의 국회 무시, 국정독주 운운 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 아닌가.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는 주장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야당 원내대표로서 탄핵 찬성을 끌어냈을 때와 같은 조정력을 발휘해 국회가 항상 국민이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만들겠다"며 "입법부의 위상을 강화해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의구심을 낳는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합리적 성향에 여야를 막론하고 소신파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만 달랐다. 그는 "국회의장으로서 시류에 영합하지 않겠다"며 "민의에 바탕을 두고 원칙을 중심에 두는 굳건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찌질한 좁쌀 소아 정치를 극복하고, 시원시원한 큰 걸음의 대아 정치를 하겠다"며 "특정 정파나 계보에 좌지우지되거나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국회와 대통령 및 행정부 사이, 국회 내에서의 여야 사이에 건강한 견제와 균형, 팽팽한 긴장이 유효 적절하게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것이긴 해도 민주당 내부 경선이므로 '민주당 정신''민주당의 피''민주당의 일원' 등등의 말을 뱉아내도 괜찮은 것일까. 이상민 의원 한 사람만이라도 '대아정치'를 강조하며 특정 정파나 계파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한 걸 위안 삼아야 할까.
서화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