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제로 코로나)을 고집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이민을 문의하는 기술 전문직 종사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핵심 두뇌의 이민이 현실화할 경우 "20년 안으로 과학기술 초강국이 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이민 컨설턴트 업체로 이민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상하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한 지난 3월 말 이후 이민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이민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인들이 크게 증가했다.

이민 및 유학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이징 잉중법률사무소의 궈시즈 파트너는 "3월 말 이후 이민 문의가 두 배로 증가했다"며 "기존엔 자산가들의 이민 문의가 많았지만 이제는 전문 기술자들로 이동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객 문의가 늘어나면서 주말에 쉬지도 못했다"면서 "고객 중 상당 수가 화웨이와 같은 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엔지니어나 기업가, 제약업체 임원들"이라고 했다.

이민과 관련된 검색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역에서 이민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할 만한 정확한 지표는 없지만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에 따르면 다수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틀어 이민 검색 건 수가 지난 몇 달 간 400배 증가했다.

경제활동과 자유를 억압하는 제로나 코로나 정책이 중국의 인재 유출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궈시즈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문직 인재들은 더 큰 불안감과 불확실한 미래를 느끼고 있다"며 "미래의 수입과 발전에 대한 희망이 꺾이고 있다"고 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기술직 부부도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루티나 량은 "지난 10년간 중국 인터넷 시장의 호황으로 이익을 얻었고 지금까지 이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시민들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하는 방역 규제의 가혹함이 이민을 고려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전문직 인재들이 중국을 실제로 떠날 경우 국가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중국의 경쟁력은 숙련된 인재들로부터 나왔다"면서 "국가 발전과 부흥은 이들의 재능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SCMP는 "이민 문의 급증이 중국 엑소더스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한다"면서도 "미국의 기술 우위에 맞서려는 중국의 계획이 무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