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과 양손 잡고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기념사서 "우리 모두는 광주시민" 강조…호남 구애
번번이 발길 멈췄던 尹, 이번엔 유가족단체와 '민주의 문' 입장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보수 진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넘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민주묘지에 도착, '민주의 문'을 통과해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였다.

'민주의 문'은 5·18 희생자들이 한데 묻힌 민주묘지의 정문으로, 3칸짜리 기와건물 대문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 안에서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쓴 뒤 민주광장과 추념문을 차례로 지나 추모탑 앞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했다.

5·18 기념식 당일 '민주의 문'을 통과한 것은 보수 정당 출신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경호 등의 이유로 차량을 통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제37주년 기념식 당시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치참여 선언 이후로 세 차례 민주 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제헌절인 지난해 7월 17일 민주묘지를 방문한 뒤 "희생자들의 넋을 보편적인 헌법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승화해야 한단 생각 때문에 7월 17일에 오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민주묘지를 2차례 더 찾았지만 모두 '반쪽 참배'에 그쳤다.

같은 해 10월 19일 부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언급해 논란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인 11월 10일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5·18단체와 광주시민의 거센 반발 속에서 헌화·분향은 하지 못한 채 묵념과 사과문 낭독만 발걸음을 돌렸다.

대선 막바지인 지난 2월 6일에도 5·18 묘지를 재방문했으나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념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유족 등 옆좌석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아래 위로 크게 흔들며 '님을 향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정치인들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념사를 하는 동안에는 5차례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문장을 즉석에서 추가하기도 했다.

기념사에는 호남 구애 메시지도 곳곳에 담겼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마친 뒤 묘지를 찬찬히 둘러보며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맸으며 다른 참석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월을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날 서울역에서 '광주행 KTX 특별열차'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탑승해 광주로 향했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