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식자재 전문 마트의 식용유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식자재 전문 마트의 식용유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으로 불거진 '식용유 대란' 우려에 대해 "국내 식용유 공급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사재기 등 가수요에 따른 이상 소비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일은 없다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오전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CJ제일제당, 롯데푸드, 사조대림,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식용유 공급사 5개 업체와 식품산업협회가 참석해 업체별 유종별 식용유 국내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식용유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국내 식용유 소비량은 약 114만t 수준이다. 대두유가 60여만t으로 가장 많고 팜유가 20여만t 수준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용유는 대두유 20만t, 옥수수유 4만t등 24만t 정도다. 남은 90만t을 수입 후 정제 과정을 거쳐 공급한다.

회의에 참석한 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급사들은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해 2~4개월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소용·가정용으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대두유의 경우 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수출국으로부터 차질없이 도입(약 40만t)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20만t의 대두유 생산을 위한 대두 도입도 현재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고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팜유는 인도네시아가 지난 4월28일부터 수출 제한에 나섰지만 국내 업계는 말레이시아산을 주로 사용해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기존 재고 외에 5~6월에도 평년 수준 사용량인 3만3000t(연간 20만t)이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가정용과 치킨 가맹점(프랜차이즈) 등에 주로 사용되는 카놀라유와 올리브유의 수급에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수출량의 75%를 담당하던 해바라기씨유는 전쟁으로 수출 통로가 막히면서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대체 공급선을 확보 중이다. 2020년 기준 해바라기씨유 수입량은 3만7292t으로 전체 식용유 수입량(90만5419t)의 4,1% 수준이다.

전반적인 수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제품군을 중심으로 사재기 등 가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라면, 제과, 제빵 등 공장용 물량이나 1L 이하의 가정용 소포장 물량은 소비 발주량의 차이가 없다. 다만 업소용 캔식용유(18L)나 가정용 대용량(1.8L) 제품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일부 가수요만 진정된다면 소비자들의 식용유 구입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 시점에서 공급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회의 결과에 따라 정부는 전반적 수급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민간의 가격 불안 심리를 완화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당분간 주1회 민관 수급 점검을 주1회 이상 정례화해 수급 정보 제공 등 공급망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식용유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식용유 수입 관련 품목의 할당관세 등 지원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