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씨의 팬인 나모 씨(48)는 오는 7월 임 씨의 콘서트 표를 구하기 위해 대학생 딸과 함께 ‘광클’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예매에 실패했다. 예약 마감 후 몇 시간 만에 15만원 대에 판매된 VIP 티켓이 5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나 씨는 “방금 판매된 표를 ‘사정이 생겨 양도합니다’라며 되파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암표상들 때문에 정작 콘서트를 가고싶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당근마켓에서 마진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가수 임영웅 콘서트 티켓
당근마켓에서 마진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가수 임영웅 콘서트 티켓
18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축제·콘서트 등 행사가 재개되자 암표상들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수 성시경 씨는 오는 28일 열리는 콘서트를 앞두고 암표 판매 논란이 빚어지자 자신의 SNS에 “제일 한심하고 불쌍한 게 암표상”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고려대는 봄 축제를 앞두고 ‘티켓 사재기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행사 주최 측은 암표 방지를 위해 대책을 고민하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무국은 지난해 티켓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실제 암표상을 색출하진 못했다. 기술을 제공한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티켓 거래내역이 자동 저장돼 암표상을 추적할 수 있는 원리지만 BIFF측에서 요청이 들어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개인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하는 사람과 암표상을 구별하기 어려워 기술적 수단을 확보하고도 단속에 나서진 못했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자 예매대행 업체들까지 성행하고 있다. 예매대행 업체들은 25만원 대에 임영웅 콘서트의 티켓팅 서비스를 한다. 예매대행 사이트 퍼스트티켓의 서은수 대표는 “티켓팅 난이도에 따라 대행 수수료가 붙지만 암표 가격에 비해선 저렴해 최근 이용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콘서트에서 군 입대 신청까지 다양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온라인 티켓 판매 및 거래의 경우 단속이 어렵고 처벌도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해킹과 매크로 등 부정한 수단을 대거 동원해 부당이득죄나 업무방해죄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면 경범죄처벌법 제3조 암표매매 조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장 판매가 아닌 온라인에선 실질적 단속이 쉽지 않다. 법무법인 동인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팀 이민규 변호사는 “경범죄처벌법은 포괄적인 법률이기 때문에 암표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만일 암표를 직접 다루는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유명무실한 법률이 돼버려 역으로 규범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