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심플스텝스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비롯한 심플스텝스 회원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심플스텝스 제공
김도연 심플스텝스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비롯한 심플스텝스 회원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심플스텝스 제공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진짜 큰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 용기 그냥 내자. 그리고 실패할 각오를 하자. 그리고 버티자.” (심플스텝스 회원 서혜영씨)

한인 여성의 커리어 성장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심플스텝스가 지난 1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5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심플스텝스는 2017년 김도연 대표가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한인 이주여성 가운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이전의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 착안해 시작했다. 현재는 커리어를 가진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모임과 스터디 그룹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심플스텝스의 회원들과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해 온 케이그룹과 더밀크 등 여러 파트너사들이 함께 했다. 그룹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는 센드버드에서 서포트 엔지니어로 일하는 한미영씨는 “7년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미국에 건너온 뒤 10년 공백기가 있었는데, 심플스텝스를 통해 프로젝트를 맡고 커리어를 재개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엔지니어로 일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네트워크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여정이 끝날 때까지 심플스텝스와 계속 함께하며 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손선영씨는 “준비 없이 미국에 건너와 아이 둘을 키우면서 우울했는데 커뮤니티 컬리지 등의 강좌를 듣기 시작했고, 심플스텝스에서 이력서 작성, 웹 디벨롭먼트, 웹마스터 과정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서 근무 중인 제니 박은 “심플스텝스의 존재가 정서적으로 큰 지지가 되었고, 링크트인 작성법에 관한 웨비나 등에서도 큰 도움을 얻었다”고 돌이켰다. 유튜브 ‘백살코딩’을 운영하는 서혜영씨는 “처음 심플스텝스를 소개한 지인이 ‘거기서 하라는 대로 다 해, 그러다 보면 일하고 있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심플스텝스 회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미영, 조은정, 손선영, 제니 박, 서혜영, 김민지(사회) 회원.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심플스텝스 회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미영, 조은정, 손선영, 제니 박, 서혜영, 김민지(사회) 회원.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자녀 교육을 병행하는 방법, 면접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오갔다. 한씨는 “한달에 한 번 날짜를 정해서 아이들 성적 등 학교생활 전반을 점검한다”며 “엄마가 다 해주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이들도 대부분 ‘포기할 것은 포기하되,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구직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박씨는 “가고 싶은 회사의 전 인사담당자에게 무작정 링크트인으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했는데, 의외로 선선히 만나 주었고 큰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채용공고에서 한 줄이라도 내가 잘 모르는 것 같은 내용이 있으면 지원을 안 하고 했는데, 지금은 ‘선택해서 여기 있을 거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조은정씨는 “’여기까지 온 것도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대표는 “일터에서의 사회구조적 어려움과 언어·문화·신분 등 장벽이 있지만, 여성 인재들이 타국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많고 우리 스스로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플스텝스가 다양한 모습으로 일하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이주여성들이 늘어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