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환경경영 ABC ⑪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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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의 환경에 대한 고려는 제품 설계와 개발의 전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생산단계부터 환경 측면을 고려할 경우 선택의 폭이 제한되고 실제 반영하기도 어려우며,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어 반드시 수정해야 할 경우 그동안 진행했던 모든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므로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제품 설계와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환경성을 충분히 고려해 반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제품의 환경영향은 생산, 유통, 사용 및 폐기 단계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환경영향의 결정은 70% 정도가 설계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제품 전과정에 걸쳐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 제품의 환경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환경영향 70% 결정하는 ‘친환경 설계’



개발 초기 단계부터 환경규제 고려

설계 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바로 친환경 설계(Design for Environment, DfE 또는 eco-design)다. 친환경 설계는 ‘기능적 부작용 없이 제품이나 공정의 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하는 시스템적 접근 방법’이다. 이는 곧 제품 설계 단계에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에 환경 측면을 포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제품 가격이나 기능, 안전, 디자인 등 기본적 수준은 유지하면서 설계 단계에서 제품의 전과정에 걸친 환경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이며, 환경경영의 궁극적 목표인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친환경 설계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점차 강화되어온 각종 제품 관련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다. 친환경 설계 규정(ErP), 전기·전자 장비 폐기물 처리지침(WEEE), 유해 물질 사용 제한 지침(RoHS), 폐차 처리 지침(ELV) 등 다양한 제품 관련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환경 설계로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여러 환경규제를 고려함으로써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환경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제품 경쟁력 제고에 있다. 친환경 설계를 통해 환경규제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의 우수한 환경성을 강점으로 하는 그린 마케팅 전략을 펼 수 있다. 한편 친환경 설계로 잠재적 환경 사고를 예방하거나 생산공정 및 제품의 비효율성을 제거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품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 이슈를 사전에 고려해 제품의 환경 성과를 개선함으로써 에너지 및 물질의 사용량을 줄이고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게 된다. 이처럼 친환경 설계로 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환경성과 경제성의 조화로 지속 가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과정에서 에너지·물질 감축이 핵심

친환경 설계는 전통적 설계 기법인 ‘제조를 고려한 디자인(Design for Manufacturability, DfM)’의 기본 개념인 DfX(Design for X)에 제조 대신 환경을 대입한 것이다. 이 개념은 1970년대부터 이미 재생산이나 재활용을 위한 설계 과정에 도입했으나 크게 확산하지 못하다 1990년대 이후 전자업계를 필두로 여러 업종에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초기 미국 기업들은 주로 산업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이 기법을 사용했으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기업들은 제품의 환경성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 설계는 결국 전과정에 걸쳐 에너지와 물질의 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소요되는 에너지나 물질을 감축(reduce)하거나 효율성이 높은 쪽으로 대체(substitute)해야 한다. 기능상 문제가 없다면 과감하게 제외(avoid)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환경을 고려하면 설계하는 제품이나 공정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 환경성과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포괄적 관점에서 DfX에 X를 E(environment)로 두면 친환경 설계(DfE)가 되지만, 제품이나 공정의 특성에 맞춰 X에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세부적 수단을 대입할 수 있다.

제품 환경영향 70% 결정하는 ‘친환경 설계’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