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경제대국 일본이 좀처럼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과 대비된다.

일본 내각부는 2022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연율 기준으로 1.0% 감소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민간 전문가들의 예상(-1.8%)보다는 감소율이 낮았다. 하지만 2021년 3분기 -2.9%에 이어 2분기 만에 경제가 다시 역성장했다.

코로나 재유행 때마다 역성장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이후 일본 경제는 6분기째 성장과 역성장을 반복하고 있다. 여섯 차례에 걸쳐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마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나 준긴급사태를 발령해 소비를 냉각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긴급사태나 준긴급사태가 내려지면 일본의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외출과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음식점은 휴업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해서 운영한다.

코로나 후유증 겪는 日…1년반째 '성장-逆성장' 반복
올 1분기에도 일본 정부는 도쿄 등 대도시 지역에 준긴급사태를 발령했다. 이 때문에 일본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지난 분기보다 0.03% 줄었다. 일본 GDP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설비투자 역시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1분기 GDP는 연율 기준으로 538조엔(약 5280조원)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542조엔을 여전히 밑돌았다.

선진국 가운데 GDP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작년 2분기, 유럽연합(EU)은 작년 4분기 GDP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폭발적인 감염 확산과 대규모 도시 봉쇄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영국의 GDP도 올 1분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정·재생상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서비스업 소비의 타격이 컸다”면서도 “작년 4분기 GDP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만큼 1분기 성장률 부진이 심각하다고는 인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7분기 연속 ‘퐁당퐁당’ 성장 가능성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2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4월부터 준긴급사태가 완전히 해제됐고, 5월 초순 ‘골든위크’ 기간 열흘 가까이 연휴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급증했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상승한 국제 원자재 가격과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는 변수로 꼽힌다. 4월 이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 안팎까지 오를 전망이다.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어 개인소비가 또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도 일본 경제의 불안 요소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도시 봉쇄가 공급망 정체를 일으키면서 일본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야마기와 경제재정·재생상은 “코로나19의 제7차 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난달 일본 정부가 결정한 종합긴급대책을 착실히 실행해 경기하강 우려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