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 대표 "동대문 원단으로 미국·유럽 홀렸다" [인터뷰]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습니다. 동대문 원단 시장이라는 훌륭한 오프라인 플랫폼을 북미와 유럽의 패션 브랜드와 연결한 거죠.”

글로벌 원단 판매 플랫폼인 스와치온의 이우석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아직 기술력이 침투하지 않은 이른바 낙후된 산업에 기술 역량이 들어갔을 때 혁신 기회가 많다고 봤다”고 했다.

스와치온은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에 국내 원단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국내 800여 개 도매업체가 보유한 원단 20만 종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해외 디자이너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운영한다. 스와치온에 등록된 브랜드만 1만8000여 개. 매출의 80%가 북미와 유럽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북미나 유럽의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자국 내 원단산업이 거의 없어 필요한 원단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동대문 원단 시장을 해외에 있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주면 양쪽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엔 원단 업체를 일일이 찾아가 “수출 판로를 뚫어주겠다”며 원단 견본을 얻어냈다. 패션위크 기간에 무작정 해외로 나가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견본을 나눠주면서 스와치온을 알렸다. 패션 행사에서 팸플릿을 돌리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해외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발로 뛰어 영업한 게 초반 고객을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지금은 북미와 유럽 브랜드들 사이에서 스와치온의 인지도가 높다”고 했다.

스와치온의 지난해 매출은 약 70억원. 올해는 15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단순 의상 정보만으로 해당 의상에 쓰인 원단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검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디올 쇼에 등장한 코트의 원단을 사고 싶다면 해당 사진으로 원단을 검색해 구매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해외 디자이너들은 정확한 원단의 이름을 알기보단 ‘이런 의상에서 나온 느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각 정보만으로 바로 필요한 원단이 뭔지 알 수 있다면 더 많은 디자이너가 스와치온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패션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실제 원단과 동일한 디지털 원단 DB를 구축했다. 3차원(3D) 패션을 시도해 보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과 협업해 디지털 패션 제작에도 나섰다. 실제 옷을 구매한 뒤 아이폰 카메라로 착용한 모습을 촬영하면 화려한 증강현실(AR) 의상이 덧입혀지는 식이다. 이 대표는 “과거엔 디자인 업무 효율을 위해 3D를 활용했다면 이젠 디지털 패션 자체가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