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고의일 가능성이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WSJ의 관련 보도가 나오자마자 "사고 조사 관련자들이 조사 관련 정보를 어떠한 매체에도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 언론의 보도가 전문적이지 못하고, 진행 중인 조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9일 "중국 민항국 조사를 돕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조사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한 적이 없다"며 "조사와 관련한 모든 정보는 민항국이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항공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WSJ의 보도가) 전문적이지 못하고, 중국에 대한 악랄한 비방"이라고 지적했다.

차오산쉰 허난항공산업협회 전문위원회 사무총장은 "외신들의 추측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르면 조사를 수행한 국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사건·사고 조사 과정에서 얻은 보고서 초안이나 그 일부에 대해 누구에게도 회람, 출판, 접근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관련 당사자들의 이런 행태는 고의든 비의도적이든 관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민항국만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런 보도는 사고 조사에 불필요한 간섭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항국은 지난 18일 관련 보도에 대해 "민항국과 NTSB 등 사고 조사 참여자들은 어떠한 매체에도 조사 관련 정보를 발표하지 않았다"며 "양측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전문적인 기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항국은 사고기 잔해 식별, 분류 및 검사, 비행 데이터 분석 등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지난달 20일 예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블랙박스 손상이 심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고의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고 여객기가 시속 1천㎞의 빠른 속도로 수직 낙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의 사고설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이 사실상 결정되는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심이 동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여객기는 순항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수직으로 하강해 산에 곤두박질쳤다. 당시 속도는 음속에 가까운 시속 1000km 수준이었다. 기종은 보잉 737-800으로, 중국 당국은 여객기의 기계적 결함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여객기 사고의 원인이 부기장의 우울증에 있다는 소문이 돌자 중국 당국은 "해당 루머는 유언비어"라고 단속에 나섰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