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18일(현지시간) 4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올랐다고 발표했다. 1982년 3월(9.1%)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4월 전망치 9.1%를 소폭 밑돌았지만 전달(7%)보다 높은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중 영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8월 물가 상승률은 8.3%며 독일 7.4%, 프랑스 4.8%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기와 가스 가격이 올랐다. 그랜트 피츠너 영국 통계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영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의 75%를 에너지 요금 인상이 차지했다”고 했다. 이외 식품과 기타 생활용품 등의 가격도 올랐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은 2013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BBC방송은 영국인 세 명 중 두 명이 난방을 꺼놨고, 네 명 중 한 명은 끼니를 거른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BOE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연 0.1%였던 기준금리는 연 1%까지 높아졌다. 다음달에도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식량 부족 등 외부 요인이 충격을 줬다”며 “세계 식량 가격은 종말론처럼 급등하고 있고 우리는 인플레이션 앞에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5%에 달했다. 이 때문에 ECB가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파(긴축 선호)로 통하는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ECB가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0%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기 위해 7월 기준금리를 올리는 안을 지지한다고 했다. ECB는 2011년 7월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