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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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자화자찬'에 활용했던 지표에 대해 낙관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신중론을 펴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아픈 부분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주문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19일 통계청의 '2022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 대해 "가계동향 소득 및 분배 지표는 개선됐지만, 현재 한국 경제가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향후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은 이날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82.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5분위배율은 6.2배로 전년 동기 대비 0.1배포인트 낮아졌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 수록 불평등 정도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5분위배율은 계절성, 변동성 등이 존재하므로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모든 분위의 총소득이 증가했지만, 1분위(소득하위 20%)의 사업소득은 7.0% 감소했다", "적자가구 비율이 감소했지만, 1분위 내 비율은 57.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등의 우려도 내놨다. 5분위배율만 놓고 보면 빈부격차가 줄었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보면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3개월 전인 지난 2월에는 통계청의 2021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 대해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당시엔 5분위배율이 전년 동기대비 0.07배포인트 하락한 데 대해 "저소득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며 소득분배지표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5분위배율의 하락폭이 이번 발표보다도 크지 않음에도 '소득분배지표 개선' 등의 표현을 활용했다.

기재부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과 비교해 분배상황이 다섯 분기 연속 개선됐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반복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2년 전과 비교한 지표까지 내놓은 것이다.

향후 대응 방향도 대폭 바뀌었다. 3개월 전 기재부는 "소득 및 분배지표 개선세가 지속되도록 포용적 회복을 위한 정책 노력을 배가하겠다"며 △추경사업 신속 추진 △고용 및 사회 안전망 강화 △상생형 일자리 등 일자리 창출 사업 지원 등을 강조했다. 반면 이날은 "시장소득과 분배 여건이 민간 중심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신산업 육성, 규제 혁파, 벤처 및 창업 활성화 등으로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최근 취업자 통계에 대한 평가를 한 달만에 바꾸기도 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6만명 늘어났다는 내용의 통계가 나오자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직접 일자리와 고령자 비중이 너무 높고,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오히려 작았던 3월(83만1000명 증가) 통계에 대해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고 호평한 것과는 180도 달라졌다.

통계에 대한 평가 어조가 정반대로 바뀐 데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정책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긍정적인 통계를 강조했던 측면이 있다"며 "반면 새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는 "몇 개월 사이에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놓기 전에 기재부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라며 "그렇지 않으면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