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바] 빅씽크가 판권 도입한 ‘디지털 치료제’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용어②
제약·바이오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하나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찾아봐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 용어(꼬.꼬.바)'에서 낯선 제약·바이오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편집자주]
최근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의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가 무엇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를 듣고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쉽게 말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소프트웨어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의 번역어로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테라퓨틱스를 ‘디지털 치료기기’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Therapeutics는 일반적으로 약과 의료기기, 심리치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를 의미합니다. 치료제의 사전적 정의는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하기 위하여 쓰는 약’입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뜻에 대한 오해는 Therapeutics에 대한 번역의 간극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를 굳이 디지털 치료제로 번역한 기업들의 고민도 이해가 됩니다. 기존의 디지털 방식을 적용한 의료기기와 의미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리 부상 환자의 재활을 돕는 안장형 의료기기 혹은 당뇨약을 주입하는 착용형(웨어러블) 장비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됐다면 디지털 치료기기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식약처의 정의에 따르면 아닙니다.
FDA와 식약처의 정의에 따르면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는 것입니다. 휴대폰이 어떤 종류냐에 관계없이(범용)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듯이 SaMD도 범용이 아닌 특정 장비에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은 어떤 의미일까요? 식약처는 과학적(임상적) 근거에 해당하는 자료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해야 디지털 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식약처로부터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으려면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임상을 진행하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한 이후에도 실사용 데이터(Real World Data)를 수집 및 활용한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 자료 제출을 권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빅씽크테라퓨틱스가 블루노트로부터 도입한 어튠은 암 환자의 정신질환에 특화된 대면 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블루노트는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모든 조건이 디지털 치료제에 해당합니다.
의료로봇 기업인 큐렉소는 보행 능력 재활을 돕는 의료기기인 ‘모닝워크S200’에 대해 지난 2월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환자는 안장 발판 손잡이 등을 적용한 이 기기에 설치된 화면을 바라보며 재활 치료를 진행합니다. 모닝워크S200은 하드웨어에 의존하므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아닙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17일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의 모바앨 앱인 ‘나르샤’를 iOS용으로 국내에 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오패치는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입하는 장비입니다. 환자들은 나르샤를 통해 측정되는 혈당을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예시 중 하나로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측정 혈당에 따른 투약 조절을 통해 정상 혈당을 유지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나르샤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조건에 부합합니다.
다만 이오플로우는 소프트웨어인 나르샤 단독에 대해서가 아닌 이오패치의 일부 구성요소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역시 이오패치라는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만큼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은 것이 아닙니다.
전자약은 디지털 치료제와 유사한 개념 같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전자(electronic)과 약(pharmaceutical)의 합성어입니다. 전기 신호를 뇌와 신경세포에 보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를 의미합니다. 전자약 또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특정 장비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는 미국 페어테라퓨틱스입니다. 페어테라퓨틱스는 약물중독장애(SUD) 치료를 위한 소프트웨어 ‘리셋(reSET)’에 대해 2017년 9월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허가를 위한 확증임상을 진행 중인 업체는 웰트 에임메드 라이프시맨틱스 뉴냅스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뉴냅스는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 도입 전에 임상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나머지 세 곳은 작년 9월에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웰트와 에임메드는 불면증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폐암·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 호흡 재활 훈련을 제공하는 ‘레드필 숨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케이피에스는 자회사 빅씽크테라퓨틱스가 미국 블루노트 테라퓨틱스와 암 환자 정신 질환 디지털 치료제(DTx)인 ‘어튠(attune)’ 및 ‘드림랜드(DreAMLand)’에 대한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5월 10일 기사)
최근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의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가 무엇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를 듣고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쉽게 말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소프트웨어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의 번역어로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테라퓨틱스를 ‘디지털 치료기기’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Therapeutics는 일반적으로 약과 의료기기, 심리치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를 의미합니다. 치료제의 사전적 정의는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하기 위하여 쓰는 약’입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뜻에 대한 오해는 Therapeutics에 대한 번역의 간극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를 굳이 디지털 치료제로 번역한 기업들의 고민도 이해가 됩니다. 기존의 디지털 방식을 적용한 의료기기와 의미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리 부상 환자의 재활을 돕는 안장형 의료기기 혹은 당뇨약을 주입하는 착용형(웨어러블) 장비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됐다면 디지털 치료기기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식약처의 정의에 따르면 아닙니다.
범용 장비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2020년 식약처의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은 디지털 치료기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SaMD(Software as Medical Device)도 생소한 개념의 용어입니다. FDA는 SaMD를 ‘하드웨어 의료기기의 일부가 되지 않고 의료 목적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합니다. 식약처에서는 ‘PC, 모바일 제품, HMD(Head Mounted Display)’ 등 범용 하드웨어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으며, 독립적인 소프트웨어만으로 이뤄진 의료기기라고 말합니다. HMD는 머리에 착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입니다. 가상현실(VR) 장비가 대표적인 HMD입니다.
FDA와 식약처의 정의에 따르면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는 것입니다. 휴대폰이 어떤 종류냐에 관계없이(범용)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듯이 SaMD도 범용이 아닌 특정 장비에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은 어떤 의미일까요? 식약처는 과학적(임상적) 근거에 해당하는 자료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해야 디지털 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식약처로부터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으려면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임상을 진행하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한 이후에도 실사용 데이터(Real World Data)를 수집 및 활용한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 자료 제출을 권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큐렉소·이오패치 제품은 왜 디지털 치료제가 아닐까?
일부 제품의 디지털 치료기기 여부를 알아보겠습니다.빅씽크테라퓨틱스가 블루노트로부터 도입한 어튠은 암 환자의 정신질환에 특화된 대면 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블루노트는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모든 조건이 디지털 치료제에 해당합니다.
의료로봇 기업인 큐렉소는 보행 능력 재활을 돕는 의료기기인 ‘모닝워크S200’에 대해 지난 2월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환자는 안장 발판 손잡이 등을 적용한 이 기기에 설치된 화면을 바라보며 재활 치료를 진행합니다. 모닝워크S200은 하드웨어에 의존하므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아닙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17일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의 모바앨 앱인 ‘나르샤’를 iOS용으로 국내에 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오패치는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입하는 장비입니다. 환자들은 나르샤를 통해 측정되는 혈당을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예시 중 하나로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측정 혈당에 따른 투약 조절을 통해 정상 혈당을 유지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나르샤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조건에 부합합니다.
다만 이오플로우는 소프트웨어인 나르샤 단독에 대해서가 아닌 이오패치의 일부 구성요소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역시 이오패치라는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만큼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은 것이 아닙니다.
전자약은 디지털 치료제?
최근에는 전자약이라는 단어도 자주 들려옵니다. 와이브레인은 경도치매 치료 전자약의 국내 임상 3상 환자등록을 마쳤다고 이달 3일 밝혔습니다.전자약은 디지털 치료제와 유사한 개념 같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전자(electronic)과 약(pharmaceutical)의 합성어입니다. 전기 신호를 뇌와 신경세포에 보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를 의미합니다. 전자약 또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특정 장비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는 미국 페어테라퓨틱스입니다. 페어테라퓨틱스는 약물중독장애(SUD) 치료를 위한 소프트웨어 ‘리셋(reSET)’에 대해 2017년 9월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허가를 위한 확증임상을 진행 중인 업체는 웰트 에임메드 라이프시맨틱스 뉴냅스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뉴냅스는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 도입 전에 임상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나머지 세 곳은 작년 9월에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웰트와 에임메드는 불면증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폐암·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 호흡 재활 훈련을 제공하는 ‘레드필 숨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