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4명에 흉기 휘두른 남성 '무기징역'
"항의했더니 윗집 경찰이 협박" 사연까지
국회입법조사처 "공법적 개선 필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허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앞서 지난해 9월 27일 오전 0시 33분께 여수시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일가족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에 40대 부부가 숨지고 60대 부모가 중상을 입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숨졌고 어린 두 자녀가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점, 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상해를 입은 부모의 정신적 고통과 남은 유족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정황을 고려할 때 피의자는 사회에서 격리된 상태에서 속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지난 16일에는 한 아파트 주민이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윗집 주민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사연도 알려졌다. 위층과 층간소음 문제로 여러 차례 갈등을 겪어 온 B 씨는 위층 남성이 돌연 "당신이 전에 살던 아파트에 찾아가서 이웃 사람들을 만나 당신에 대해 알아보고 왔다"며 "이사 가라. 앞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했다고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렸다.
본인을 경찰관이라고 밝힌 위층 남성은 B 씨의 출신 대학 및 사업을 하는 지역도 언급했고, B 씨는 "시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범죄와 무관한 개인의 정보를 취득, 이용하여 사사로이 뒷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황당하고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조사처)가 지난 18일 '공동주택 층간소음 현황과 개선과제'와 관련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16년 517건에서 2021년 164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전화상담은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1년 4만6596건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조사처는 공동주택 거주인구가 증가하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층간소음 발생빈도가 증가한 점을 층간소음 갈등 및 분쟁이 늘어난 원인으로 진단했다.
조사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개선 방안으로 '기존 공동주택의 바닥구조 개선 비용 등 지원'을 꼽았다. 층간소음을 예방하기 위해서 '바닥충격음 성능 등급 인정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해당 제도의 도입 전에 완공된 공동주택의 경우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에 취약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제도는 2003년 4월 22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도입됐다.
조사처는 "이미 완공된 공동주택은 층간소음을 저감하기 위해서 기존 바닥구조에 완충재 등을 보강·보완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시공성, 구조안전성, 층고 제한 등의 한계, 공사비용의 부담으로 입주자 스스로가 층간소음 저감 공사를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에 기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바닥구조로 개선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조사처는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을 예시로 들었다. 이는 노후 건축물의 건축주가 창호를 교체하거나 자동 환기장치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시행하면, 정부가 공사비의 대출 이자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후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측정 및 진단, 바닥 및 천장의 보강·보완 등의 공사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조사처의 설명이다. 조사처는 공법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입주자 및 관리주체의 합의와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처는 "공동주택관리법과 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수칙 및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당 규정은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에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공동주택은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중재 및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소규모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지자체가 사실조사 및 중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주거 특성은 공동주택에 주로 거주하고,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 생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동주택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저감하고, 분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바닥구조의 공법적 개선과 함께 서로 조심하는 배려와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