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까지 미리 써뒀다…처마 날아오르는 절 짓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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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분황사 도편수 박철수 씨
더위에 새도 떨어지는 인도에서
팬데믹 와중 2년간 한국식 사찰 지어
더위에 새도 떨어지는 인도에서
팬데믹 와중 2년간 한국식 사찰 지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식 사찰 분황사를 짓고 있는 도편수 박철수 씨(67)는 대웅전 준공식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현지시각) 이 같이 말했다.
박씨는 분황사를 짓기 위해 2020년 10월 인도 부다가야에 도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그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고, 한낮이면 기온이 48~49도까지 오르는 땡볕에서 작업을 이어가야 했다"며 "오죽하면 유서까지 미리 써놓고 일했다"고 했다. 2년간 그는 체중이 15kg 빠졌다고 했다. 최근 인도 현지 언론은 폭염 탓에 날아가던 새들이 탈진해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기가 있는 낯선 기후도 변수였다. 여름에 비가 쏟아지면 성인 남성 키 이상으로 물이 들어찼다. 습기는 나무 기둥을 뒤틀리게 했고 남인도의 거센 벌레들은 목재를 갉아먹었다. 결국 목재 대신 기둥은 물론 추녀, 서까래, 공포 등을 전부 콘크리트로 짓기로 했다. 우기에도 굳건한 지반을 위해 바다 위에 다리를 놓을 때 쓰는 '잠함공법'을 활용했다.
그가 대웅전을 지으며 가장 고심한 부분은 처마. "흔히 '처마의 허리 곡선을 보면 도편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옥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저는 분황사 대웅전에 비상하는 처마를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학이 날아가는 것 같죠. 가장 아름다운 한옥의 모습을 이곳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제가 설계한 대웅전이 한국, 인도 불자들이 수행하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부다가야=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