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76)은 영국 그림책 분야 거장이다. 고릴라와 침팬지 등 유인원 그림으로 유명하다. 영국 최고 권위의 그림책 상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2000년에는 ‘어린이책의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여러 차례 원화 전시를 열었는데, 2016년 예술의전당 전시는 그해 열린 모든 전시 중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브라운의 그림은 일반적인 동화책 그림과 달리 극도로 세밀하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의 털 하나, 스웨터 올 하나까지 결코 허투루 그리는 법이 없다. 배경의 풀과 나뭇가지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상징을 담아 하나하나 자세히 그린다. 세밀화 실력은 대학을 졸업한 뒤 맨체스터 왕립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 장면이나 인체 장기를 세밀하게 스케치하는 의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쌓았다.

풍부하고 따뜻한 색감, 그림 곳곳에 숨겨진 초현실주의 명화의 패러디들은 사실적인 화풍과 대조를 이루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열광하는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로 정평이 난 이유다. 브라운은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 조르조 데 키리코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야기도 그림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다. 브라운이 권투 선수였던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 ‘고릴라’, 몸집이 작고 내성적이던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은 침팬지 ‘윌리’ 등 여러 동물이 등장해 가족애를 전한다. 《돼지책》에서는 엄마에게만 집안일을 맡기다가 돼지로 변해버린 가족 이야기를 통해 가족 간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1년 국내에 출간돼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까지 100만 부가량 팔렸다.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브라운의 동화책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의 동화책 《꿈꾸는 윌리》의 한 장면(그림)을 비롯해 여러 대표작에 실린 이미지의 원화들을 걸었다. 전시는 오늘 8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