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파마, '허셉틴 시밀러' EMA 부정 의견에 하한가 직행[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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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5월 16~20일 주간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진원생명과학입니다. 1만50원이던 주가는 일주일 새 1만2100원으로 20.4% 상승했습니다.
5거래일 중 20일 2.42% 하락했을 뿐 나머지 4거래일 내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7일에만 16.75%가 급등했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유전자 치료제의 원재료로 쓰이는 플라스미드 DNA(pDNA) 위탁생산(CMO) 사업을 주력으로 합니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화학 의약품과 항체 의약품에 이어 세포치료제와 함께 최근 가장 각광받는 분야입니다. pDNA는 유전자 치료제 생산 때 핵심 원료 물질로 쓰입니다.
발현을 원하는 단백질 유전자의 DNA 염기 조각을 삽입하는 '틀(template)' 역할을 합니다. 세포 내에서 복제되면서 원하는 단백질 유전자가 삽입된 pDNA를 대량 생산할 수 있죠.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진원생명과학 주가가 이번 주 반등한 것도 이러한 pDNA 위탁생산 사업 기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6.75% 주가가 급등한 17일 오전 해당 사업을 하는 미국 자회사 VGXI 탐방 보고서(케이프투자증권)가 나왔습니다. 애널리스트 탐방 보고서가 주가를 직접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VGXI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진원생명과학 자회사입니다. 2008년 설립됐습니다. 기존에 700L 규모 pDNA 및 mRNA 원료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지었는데, 이 공장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선 큽니다. 기존 공장의 4배 규모인 3000L 규모 설비가 가동 준비 중입니다.
현지 탐방을 다녀온 오승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의 탐방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에 3000L 증설이 마무리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1500L 추가 증설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오 연구원은 "2공장 지역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7500L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복수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업체들과 pDNA 생산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 280억원 규모인 pDNA 위탁생산 사업 매출이 올해 2000억원까지 늘고, 2023년에는 5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오 연구원은 예상합니다. 다만 오 연구원은 진원생명과학의 목표 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코로나19 백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순탄치는 않습니다.
당초 300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임상 1·2a상 승인을 받았는데, 120명으로 변경 승인을 받아 환자모집을 마쳤습니다.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임상 1·2a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겠다"며 "기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부스터샷 전용 백신으로 임상 2b·3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마찬가지로 D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던 제넥신은 최근 개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20일 나란히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 13일 1만5750원이던 주가가 20일 1만3550원으로 14.29% 하락했습니다. 19일 1만93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일에만 29.79% 급락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13일 6700원에서 20일 4970원으로 일주일새 25.82% 하락했습니다.
원인은 20일 오전 나온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공시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이날 'HD201'이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이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품목 허가 신청에 대해 '부정적 의견(Negative Opinion)'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CHMP는 EMA 산하 위원회입니다. 약물 허가 등에 대한 권고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EMA는 통상 CHMP의 권고를 받아들이죠.이런 관례를 대입해보자면, HD201은 사실상 EMA 품목 허가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18년 2월부터 HD201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고, 중도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만한 데이터를 얻어 2019년 EMA 허가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3년여 만에 산하 기관의 통보가 온 것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CHMP가 부정적 의견을 통보했지만 재심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회사가 재심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60일 이내에 EMA CHMP 측은 결과를 통보해줍니다.
어찌됐든 이번 CHMP 결정으로 기존 품목허가신청은 종료가 됐습니다.
재심사에서 CHMP의 기존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일 겁니다.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려면 EMA CHMP가 왜 부정적 의견을 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부정적 의견 통보를 받은 배경에 제조공정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따르면 회사는 임상 3상 중간 과정에서 제조공정을 두 차례 변경했습니다. 임상 3상에 사용된 시약 생산 배치는 총 3개입니다.
이 가운데 1번과 2번 배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지원한 배치입니다. 3번은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배치입니다. HD201 상업 생산을 맡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덩달아 급전직하 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오리지날 의약품인 허셉틴의 품질 변화에 맞추겠다면서 첫 번째(1번→2번 배치), 그리고 상업화에 대비해 배치를 스케일업 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2번→3번 배치) 공정 변경을 했습니다.
여기서 EMA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과연 각각의 배치에서 생산된 임상 시약이 같은 약이라고 볼 수 있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오리지날 의약품인 허셉틴의 품질 변화에 따른 제조공정 변경"이라고 주장합니다. 임의로 변경한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EMA는 제조공정 변경 전과 후의 약물이 생물학적 활성 등 동등성을 인정하기엔 무리라고 봤습니다. "임상용 배치와 상업용 배치의 제조공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업용 배치에서 생산된 약을 오리지날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분석적 비교동등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를 쉽게 풀면, 각 배치에서 생산된 시약의 생물학적 활성 등의 결과값 차이가 '±1' 범위에 들어오면 '동등하다'고 봐야할지, 아니면 '±0.5' 범위에 들어와야 '동등하다'고 봐야하는 지 의견이 갈리는 겁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두 차례 제조공정 변경을 고려해 인정 범위를 보다 넓게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EMA는 두 번째 제조공정 변경만 고려해 비교동등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처럼 제조공정 이슈로 허가당국과 의견이 오가는 일이 이례적인 건 아닙니다.
마일란의 경우 2017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 EMA에 허가 신청을 했지만, 제조를 맡은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의 제조 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청서가 반려된 적이 있죠. 이 때문에 허가가 상당 기간 지연됐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 제조 공정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허가 당국을 설득해 승인을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최종 의견이 나오기 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생산과 관련한 이슈가 생길 수 있고, 통상 이 과정에서 이견을 좁힌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사례는 양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통보됐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규제당국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도 "(EMA와) 좁혀지지 않는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이날 박소연 대표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글로벌 임상을 주도한 사비에 피보 교수가 EMA 의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피보 교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임상 책임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이런 메시지는 다소 공허해 보입니다. 아무리 전문가가 '경악을 금치 못했'어도 허가당국 설득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허가를 내줄 지 말지는 허가당국, 즉 EMA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감정적인 메시지는 자칫 투자자들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HD201 말고도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후속 파이프라인에서 이번과 유사한 제조 및 품질 관리 관련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없는지 투자자들은 챙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울러 HD201 품목허가를 신청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캐나다 식약청, 앞으로 신청 예정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EMA가 지적한 내용을 들고 나올지도 체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5월 16~20일 주간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진원생명과학입니다. 1만50원이던 주가는 일주일 새 1만2100원으로 20.4% 상승했습니다.
5거래일 중 20일 2.42% 하락했을 뿐 나머지 4거래일 내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7일에만 16.75%가 급등했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유전자 치료제의 원재료로 쓰이는 플라스미드 DNA(pDNA) 위탁생산(CMO) 사업을 주력으로 합니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화학 의약품과 항체 의약품에 이어 세포치료제와 함께 최근 가장 각광받는 분야입니다. pDNA는 유전자 치료제 생산 때 핵심 원료 물질로 쓰입니다.
발현을 원하는 단백질 유전자의 DNA 염기 조각을 삽입하는 '틀(template)' 역할을 합니다. 세포 내에서 복제되면서 원하는 단백질 유전자가 삽입된 pDNA를 대량 생산할 수 있죠.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진원생명과학 주가가 이번 주 반등한 것도 이러한 pDNA 위탁생산 사업 기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6.75% 주가가 급등한 17일 오전 해당 사업을 하는 미국 자회사 VGXI 탐방 보고서(케이프투자증권)가 나왔습니다. 애널리스트 탐방 보고서가 주가를 직접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VGXI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진원생명과학 자회사입니다. 2008년 설립됐습니다. 기존에 700L 규모 pDNA 및 mRNA 원료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지었는데, 이 공장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선 큽니다. 기존 공장의 4배 규모인 3000L 규모 설비가 가동 준비 중입니다.
현지 탐방을 다녀온 오승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의 탐방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에 3000L 증설이 마무리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1500L 추가 증설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오 연구원은 "2공장 지역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7500L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복수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업체들과 pDNA 생산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 280억원 규모인 pDNA 위탁생산 사업 매출이 올해 2000억원까지 늘고, 2023년에는 5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오 연구원은 예상합니다. 다만 오 연구원은 진원생명과학의 목표 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코로나19 백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순탄치는 않습니다.
당초 300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임상 1·2a상 승인을 받았는데, 120명으로 변경 승인을 받아 환자모집을 마쳤습니다.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임상 1·2a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겠다"며 "기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부스터샷 전용 백신으로 임상 2b·3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마찬가지로 D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던 제넥신은 최근 개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20일 나란히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 13일 1만5750원이던 주가가 20일 1만3550원으로 14.29% 하락했습니다. 19일 1만93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일에만 29.79% 급락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13일 6700원에서 20일 4970원으로 일주일새 25.82% 하락했습니다.
원인은 20일 오전 나온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공시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이날 'HD201'이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이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품목 허가 신청에 대해 '부정적 의견(Negative Opinion)'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CHMP는 EMA 산하 위원회입니다. 약물 허가 등에 대한 권고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EMA는 통상 CHMP의 권고를 받아들이죠.이런 관례를 대입해보자면, HD201은 사실상 EMA 품목 허가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18년 2월부터 HD201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고, 중도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만한 데이터를 얻어 2019년 EMA 허가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3년여 만에 산하 기관의 통보가 온 것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CHMP가 부정적 의견을 통보했지만 재심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회사가 재심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60일 이내에 EMA CHMP 측은 결과를 통보해줍니다.
어찌됐든 이번 CHMP 결정으로 기존 품목허가신청은 종료가 됐습니다.
재심사에서 CHMP의 기존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일 겁니다.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려면 EMA CHMP가 왜 부정적 의견을 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부정적 의견 통보를 받은 배경에 제조공정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따르면 회사는 임상 3상 중간 과정에서 제조공정을 두 차례 변경했습니다. 임상 3상에 사용된 시약 생산 배치는 총 3개입니다.
이 가운데 1번과 2번 배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지원한 배치입니다. 3번은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배치입니다. HD201 상업 생산을 맡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덩달아 급전직하 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오리지날 의약품인 허셉틴의 품질 변화에 맞추겠다면서 첫 번째(1번→2번 배치), 그리고 상업화에 대비해 배치를 스케일업 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2번→3번 배치) 공정 변경을 했습니다.
여기서 EMA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과연 각각의 배치에서 생산된 임상 시약이 같은 약이라고 볼 수 있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오리지날 의약품인 허셉틴의 품질 변화에 따른 제조공정 변경"이라고 주장합니다. 임의로 변경한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EMA는 제조공정 변경 전과 후의 약물이 생물학적 활성 등 동등성을 인정하기엔 무리라고 봤습니다. "임상용 배치와 상업용 배치의 제조공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업용 배치에서 생산된 약을 오리지날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분석적 비교동등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를 쉽게 풀면, 각 배치에서 생산된 시약의 생물학적 활성 등의 결과값 차이가 '±1' 범위에 들어오면 '동등하다'고 봐야할지, 아니면 '±0.5' 범위에 들어와야 '동등하다'고 봐야하는 지 의견이 갈리는 겁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두 차례 제조공정 변경을 고려해 인정 범위를 보다 넓게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EMA는 두 번째 제조공정 변경만 고려해 비교동등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처럼 제조공정 이슈로 허가당국과 의견이 오가는 일이 이례적인 건 아닙니다.
마일란의 경우 2017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 EMA에 허가 신청을 했지만, 제조를 맡은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의 제조 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청서가 반려된 적이 있죠. 이 때문에 허가가 상당 기간 지연됐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 제조 공정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허가 당국을 설득해 승인을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최종 의견이 나오기 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생산과 관련한 이슈가 생길 수 있고, 통상 이 과정에서 이견을 좁힌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사례는 양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통보됐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규제당국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도 "(EMA와) 좁혀지지 않는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이날 박소연 대표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글로벌 임상을 주도한 사비에 피보 교수가 EMA 의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피보 교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임상 책임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이런 메시지는 다소 공허해 보입니다. 아무리 전문가가 '경악을 금치 못했'어도 허가당국 설득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허가를 내줄 지 말지는 허가당국, 즉 EMA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감정적인 메시지는 자칫 투자자들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HD201 말고도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후속 파이프라인에서 이번과 유사한 제조 및 품질 관리 관련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없는지 투자자들은 챙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울러 HD201 품목허가를 신청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캐나다 식약청, 앞으로 신청 예정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EMA가 지적한 내용을 들고 나올지도 체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