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재정비 관련 특별법 발의안 전수조사
▶전형진 기자
재건축 규제 완화의 속도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전진단 기준 못지 않게 이목이 집중되는 게 1기신도시 문제인데요. 오늘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기신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1기신도시는 분당 등 5곳, 28만 가구 규모입니다. 이들 도시의 재건축을 통해 10만 가구가량의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 목표인데요. 큰 방침은 세 갈래입니다. 우선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론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하니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광역교통과 연계하는가 하면 전세난을 막기 위해 순환정비를 하겠다는 것이죠.
인수위의 이행계획서를 보면 특별법을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게 힘들다면 기존에 발의된 법안을 수정하기로 했는데요. 이 문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럼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 현황을 살펴보죠. 시간순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2월 송석준 의원 발의안부터 며칠 전 하태경 의원의 발의안이 모두 1기신도시 관련 법안입니다. 법안의 이름은 저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먼저 송석준 의원안은 '노후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인데, 김병욱 의원안부턴 '~특별법'으로 상정됩니다. 특별법은 모든 법의 상위에 있는 법입니다. 다른 법과 상충될 경우 이 법의 내용이 우선하죠.
그리고 하태경 의원안의 경우 '노후신도시'가 아닌 '노후계획도시'라는 개념이 들어가는 게 눈에 띕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송석준 의원이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에 포함된 게 더 특기할 만합니다. 네 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조문을 일일이 들여다보면 사실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제정될 특별법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국토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구역을 지정한다는 부분은 네 개의 법안이 똑같습니다. 기본계획 수립 간격이나 구역의 이름이 다를 뿐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관에서 주도적으로 재건축할 구역을 지정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뉴타운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일반적인 재개발은 주민들의 입안제안을 거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만, 뉴타운은 공공이 구역을 지정한 뒤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시키는 사실상의 공공주도 개발입니다. 뉴타운이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원형이 됐고, 이 법이 오늘 다루는 1기신도시 특별법의 모델인 셈이죠. 모든 발의안들은 구역에 편입된 곳의 용도지역 변경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2종주거지, 3종주거지 등으로 부르는 게 바로 용도지역이죠. 이 구분에 따라 땅의 건폐율과 용적률이 결정됩니다. 용도지역 변경을 허용한다는 건 2종주거지를 3종으로 올리고, 3종주거지를 준주거로 올리는 종상향을 허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용적률 올려준다는 이야기죠.
종상향이 아니더라도 조례의 기준보다 높은 건폐·용적률을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대부분 지자체가 법률에서 규정한 한도보다 낮은 건폐·용적률을 적용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3종주거지의 용적률 상한은 300%지만 서울시는 250%를 적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1기신도시가 포함된 고양과 성남은 각각 250%, 280%입니다.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에 대한 내용도 공통적으로 포함됐습니다. 3기신도시 발표에서 많이 들으셨을 단어인데요. 원래 광역교통개선대책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만 수립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1기신도시 재건축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거죠. 가능하다면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뒀습니다.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그 경제성 등을 면밀히 검증해야 하는데, 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광역교통개선대책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만 있는 게 아니라 버스나 도로 확충 등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송석준 의원안엔 3기신도시를 활용한 이주대책 수립의 내용이 유일하게 담겨 있습니다. 재건축이 진행되는 곳의 무주택 임차인들에게 일반분양을 우선분양한다는 조문도 포함됐고요. 하태경 의원안 역시 지역 무주택자들에게 우선분양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금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법안은 하태경 의원안인데요. 해당 법안만 '노후신도시~'가 아니라 '노후계획도시~'라는 개념이 들어 있었죠. 이 법안은 서두에서 계획도시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데요. 1, 2, 3기신도시 외에도 부산 해운대구 좌동이나 광주 상무지구 등 택지지구를 계획도시의 개념에 넣었습니다. 나중에 1기신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기존의 도정법으론 재건축을 풀어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포함한 거죠.
다만 이 같은 계획도시 가운데서도 20년이 경과한 곳들만 노후계획도시로 봅니다. 이런 노후계획도시 가운데서도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곳에 한해서만 노후계획도시활성화지역이 된다는 개념이죠. 앞서도 설명했지만 장관이 구역을 지정한다는 건 결구 관 주도의 대규모 재건축사업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법안엔 안전진단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안 그래도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중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시·도지사가 필요에 따라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재건축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도 포괄하는 조문입니다. 하태경 의원은 오늘 별도의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도 있겠네요. 사실 조문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법안들 사이에 아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결국 여야가 법을 다루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예상 외로 빠른 진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말인즉슨 별도의 정부안이 마련되더라도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겠죠.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김윤화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