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웰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선택 신의 한 수
올해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라이선스 브랜드’다. F&F의 MLB부터 코닥, CNN어패럴 등 비패션 브랜드를 바탕으로 패션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약진했다.

이같은 라이선스 브랜드의 약진으로 패션업계의 순위도 바뀌고 있다. F&F와 코웰패션 등 신진 패션기업들이 약진했다. 특히 코웰패션은 올해 들어서 FIFA와 BBC얼스 등 다양한 ‘비패션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와 의류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상황 1 취약한 브랜드 힘
도전 1 라이선스 브랜드로 돌파

코웰패션이 처음부터 탄탄한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2년 창업한 코웰패션은 당시 가지고 있던 자체 브랜드가 전무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삼성물산의 빈폴과 LF의 헤지스와 같은 다양한 ‘TD(트래디셔널 캐주얼)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었을 때였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 자본도 이런 패션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코웰패션은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패션 대기업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 언더웨어와 스포츠의류 브랜드를 하나둘 가져왔다. 코웰패션은 2010년부터 푸마와 아디다스, 리복 등과 손을 잡고 언더웨어 상품을 전개했다.

이들은 모두 국내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속옷과 같은 언더웨어는 판매하지 않았다.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도 코웰패션을 활용해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니 ‘윈윈’ 전략이었던 셈이다.

코웰패션은 이들의 판권을 가져와 속옷과 양말 등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속옷과 양말 등에는 푸마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기업 브랜드가 적혀있어 인지도에서 다른 브랜드를 따돌릴 수 있었다.

이어 적정 마진율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깨달았다. 통상 아울렛이나 매장에서는 일정 부분 할인을 해야 하지만, 브랜드의 힘이 뒷받침이 된 만큼 정상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코웰패션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5년 동안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패션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두자릿수를 넘지 못한다는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임종민 대표는 “사업 초기에 자체 브랜드를 전개할 것인가 아니면 라이선스 브랜드를 가져올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해외 브랜드의 힘을 이용한 전략이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상황 2 유행에 민감한 캐주얼 옷
도전 2 스포츠웨어만 집중 전개

코웰패션은 현재 20개의 의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과거에는 코웰패션도 유행에 민감한 캐주얼 상품을 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패션에 민감한 옷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점을 깨달았다. 캐주얼 의류는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한번 트렌드에 뒤처지면 사업 자체가 위태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코웰패션은 시행착오 끝에 스포츠웨어를 중심으로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웨어는 디자인이나 스타일이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의류의 기능성과 성능만 잘 유지된다면 소비자들은 상품을 계속 구매한다.

코웰패션이 스포츠웨어와 속옷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법이다. 최근에는 캘빈클라인 등 해외 브랜드의 애슬레저 상품을 출시하는 등 스포츠웨어 부분을 더 확장하고 있다.

코웰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선택 신의 한 수

상황 3 홈쇼핑의 위기
도전 3 온라인화·택배회사 인수

코웰패션은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멋을 낼 때 입는 캘빈클라인 DKNY 등 속옷 판권을 가져와 홈쇼핑에서 판매하면서 성장한 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TV 홈쇼핑에는 고급 상품이 없었다. 코웰패션은 CK 등의 언더웨어를 판매하면서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 전략에 장애가 생겼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이 발전하면서 TV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 홈쇼핑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의류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코웰패션은 이에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코닷’을 강화하고 택배회사를 인수해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코웰패션은 지난해 7월 로젠택배를 3400억원에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진행 중이다. 홈쇼핑 등에 소요되는 물류비를 확 줄인다는 계획이다.

배정철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올해 1월 미국의 완구업체 마텔이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 장난감 라이선스를 다시 취득했다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마텔은 이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연 3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고 한다. 라이선스 체결 소식에 마텔의 주가는 당일 10% 상승한 반면 경쟁 업체 해즈브로의 주가는 하락했다.

이처럼 라이선스는 마케팅에서 자주 활용되는 브랜드 전략이다. 사실 기업이 브랜드를 소유(Brand sponsorship)하는 대안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 브랜드(NB), 유통업체 브랜드(PB), 라이선스 브랜드(Licensing), 공동브랜드(co-branding) 전략이 가능하다. 이 중 “라이선스 브랜드”는 이미 성공한 다른 브랜드, 만화 캐릭터, 혹은 유명인 등에 로열티 수수료를 지불하고 해당 이름을 빌려오는 전략이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인지도가 확보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코웰패션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아마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선스 브랜드의 높은 인지도 덕분에 마케팅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시장 진입에 따른 리스크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특정 브랜드에 이미 우호적인 태도를 형성한 소비자를 라이선스 브랜드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 스포츠 용품에 이미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라면 새로운 아디다스 언더웨어 제품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라이선스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패션 산업에서는 라이선스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 차별화”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라이선스가 패션과 관련 있는 대상과 함께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브랜드 중심으로 활발한 라이선스가 시도되고 있다. 이는 특별히 기존 패션 브랜드에 식상함을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웰패션의 경우에도 FIFA, BBC얼스 등과 함께 새로운 패션 라이선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 사용권을 허락하는 주체인 라이선서(Licensor)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라이선스 브랜드가 성공적일수록 로열티 수수료가 점차 올라가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 그리고 라이선서가 라이선스를 남발하거나 라이선서가 계약을 중단하고 직접 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라이선스 브랜드 마케터는 다양한 라이선스 제품군을 확보함으로써 특정 브랜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고, 라이선스 브랜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노력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소비자는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런 브랜드를 선택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에 비해 ‘실패’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서 자체 브랜드가 없거나 있더라도 인지도가 낮은 경우, 라이선스 브랜드를 활용한다. 라이선서(Licensor)는 브랜드 가치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사용료를 받는다. 라이선시(Licensee)는 부족한 브랜드 자산을 빌려온 브랜드를 활용해 채운다.

코웰패션은 패션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속옷과 양말 등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들여와 성공을 거두었다. 틈새 시장에서 라이선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라이선스 브랜드와 관련해 패션 매거진 사례를 소개한 연구가 눈길을 끈다.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고 있는 여성 타깃 패션 매거진은 대부분 해외 유명 매체와 협약을 맺은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이다. 1992년 한국판으로 창간된 엘르를 비롯해 마리 끌레르, 보그 등이 그런 잡지다.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은 본사의 표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구나 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이나 배우 등이 표지에 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K-POP 아이돌이 표지를 장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의 연구에 따르면, 5대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의 경우 지난해 K-POP 아이돌의 표지 점유율이 40%에 달했다.

연구는 ①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K-POP 아이돌을 자사 모델로 선택하고, ②패션 매거진이 그 아이돌의 콘텐츠와 사진을 게재하면, ③명품 브랜드가 매거진에 광고비를 지급하고, ④아이돌의 팬덤이 해당 매거진을 대량 구매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 매거진의 브랜드를 빌려온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들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아이돌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인쇄출판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생존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코웰패션과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 사례는 자체 브랜드가 없거나 있더라도 아직 인지도가 약한 기업들에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특히 디자인이나 스타일이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스포츠웨어와 속옷 중심으로 의류의 기능성과 성능에 집중한 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선서(Licensor)의 마음’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투자에서 위험을 줄일수 있는 대안이 분산투자이듯 라이선서(Licensor) 브랜드의 분산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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