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듭될수록 난임 부부의 수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난임의 원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의학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난임 부부의 20% 가량은 원인불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최근 실제 나이보다 정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경우, 임신 성공률이 약 17%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것보다 정자가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노화됐느냐가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웨인주립대 연구진은 정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난임 부부의 임신 가능성 및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인간 생식’ 13일자에 밝혔다.

연구진은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 18~55세의 남성 379명을 대상으로 정자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했다. 그 결과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적은 군의 경우 1년 내에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94%였다. 두 나이가 같은 경우 89%,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은 경우 77%였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군의 임신 성공률이 적은 사람들에 비해 17% 가량 낮았다.

생물학적 나이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분석해 산출한다. 2013년 스티브 호바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제안한 방식이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은 DNA는 출생 후 생활 습관, 식습관 등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이를 ‘후성유전학적 변화’라고 부른다.

생물학적 나이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DNA의 어떤 부위에서, 얼마나 일어났는지 등을 분석해 산출한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흡연을 하거나 비만인 경우 실제보다 정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또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보다 많으면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더 크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차드 필스너 웨인주립대 교수는 "정자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것은 임신 성공률을 예측하고 조기 난임치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