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HD201'이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부정적 의견(Negative Opinion)'을 받았다.

CHMP는 EMA 산하 위원회로, 약물 허가 등에 대한 권고 의견을 낸다. EMA는 통상 CHMP의 권고를 받아들인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첫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이 기대를 모았던 EMA 문턱에서 주춤하자 회사의 주가는 20일 급락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이날 공시에서 "CHMP가 19일(현지시간) HD201의 품목허가에 부정적 의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18년 2월부터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할 만한 데이터를 얻어 2019년 EMA 허가 신청을 진행했다. 최종 임상 결과는 올 1월 나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CHMP가 부정적 의견을 통보했지만 재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조만간 재심사를 청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60일 이내에 EMA CHMP 측이 결과를 통보해준다.

HD201이 '부정적 의견'을 받은 건 제조공정과 관련된 이슈로 알려졌다. EMA CHMP가 '부정적 의견' 사유를 회사 측에 아직 공식 통보하진 않았지만,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제조공정 이슈로 추정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따르면 회사는 임상 3상 중간 과정에서 제조공정 일부를 변경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오리지날 의약품인 허셉틴의 품질 변화에 따른 제조공정 변경"이라고 했다. 임의로 변경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EMA도 임상시험이나 생산 품질 등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한다.

HD201 임상 시약은 충북 오송에 있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지원 'K바이오 헬스' 설비와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배치에서 생산됐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주가도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조공정 변경 전과 후 임상약물의 '분석적 비교동등성' 기준 설정을 놓고 EMA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의견이 엇갈렸다.

EMA는 제조공정 변경 전과 후의 약물이 생물학적 활성 등 동등성을 인정할 만한 범위(range)를 넘어섰다고 봤다. 반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동등성 결과값 차이가 '±1' 범위인지를 두고 '두 물질이 동등하냐, 아니냐'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따르면 EMA는 제조공정 변경 후의 약물이 오리지날의 바이오시밀러라는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처럼 제조 공정 이슈로 허가당국과 의견이 오가는 경우가 드문 건 아니다. 마일란의 경우 2017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 EMA에 허가 신청을 했지만, 제조를 맡은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의 제조 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청서가 반려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허가가 상당 기간 지연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 제조 공정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허가 당국을 설득해 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사례처럼 최종 '부정적 의견'이 통보됐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도 "(EMA와) 좁혀지지 않는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최종 의견이 나오기 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생산과 관련한 이슈가 생길 수 있고, 통상 이 과정에서 이견을 좁힌다"고 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이날 박소연 대표 명의의 입장문에서 "글로벌 임상을 주도한 사비에 피보 교수는 EMA 의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피보 교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임상 책임자였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유럽 외에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캐나다 식약청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청 전이다.

일각에서는 "EMA CHMP에서 제기된 제조공정 변경에 따른 비교동등성 이슈가 국내외 허가당국에서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회사에서는 "아직 제조공정 이슈와 관련한 의견이 다른 국가 허가당국에서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