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구팡'으로 불려"…조롱받던 쿠팡 '반전 드라마' 쓸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올 1분기에만 쿠팡 주식을 5947만409주 추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금액은 약 1조6000억원 규모다. 최근 수익성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쿠팡의 미래 성장성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모건스탠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1분기 보유 주식 현황 자료(Form 13F)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분기 동안 쿠팡 주식 5947만409주를 추가 매수했다. 1분기 쿠팡의 평균 주가 21.39달러로 계산한 매수액은 12억7207만달러(약 1조6264억원)에 달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3월 쿠팡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쿠팡 주식을 매수하며 투자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말 모건스탠리가 보유한 쿠팡 주식이 7748만7138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1분기에만 기존 보유 주식의 76.7%를 추가 매수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추가 투자로 쿠팡 지분율을 8.6%로 끌어올렸다. 단순 주식수로 소프트뱅크(29.1%), 김범석 쿠팡 창업자(11.1%)에 이은 3대 주주다. 모건스탠리가 보유한 쿠팡 주식(1억3695만7547주)의 가치는 지난 3월 말 기준(주당 17.68달러) 24억2141만달러(3조964억원)에 이른다.

모건스탠리가 쿠팡 주식을 매수한 지난 1분기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이 요동치던 때다. 마이클 윌슨 모건 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은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 행보가 예상되던 때 "하락장은 끝나지 않았다"며 "주식을 정말로 팔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때 쿠팡 주식을 대거 사들인 이유는 쿠팡에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투자 포트폴리오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서 지나친 과매도 현상이 나타나며 쿠팡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우리는 물류 인프라와 로켓 와우 멤버십 등을 기반으로 쿠팡이 수익성을 개선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쿠팡 주가는 지난해 상장 첫날 장중 6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테크주 동반 침체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 11일(현지시간) 9.67달러까지 떨어졌다. 쿠팡 주가가 9달러대로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쿠팡은 '구(9)팡'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쿠팡이 올 1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영업적자를 대폭 줄이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쿠팡은 19일 12.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에 비해선 33.9% 올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