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담대 기준금리 대폭 인하…외국인 자금 이탈 심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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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외국인 자금 유출의 기로에 놓인 중국이 결국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넉 달 만에 인하했다. 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과 대조된다. 경기 냉각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금리를 내리면서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한국처럼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하다가 2019년 8월부터 LPR을 기준금리로 쓰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를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각종 정책 지도를 통해 결정한다. 1년 만기 LPR은 일반 대출에,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에 기준으로 활용된다.
인민은행은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인 작년 12월 1년 만기 LPR을 0.05%포인트 내렸다. 이어 지난 1월에는 1년 만기를 0.1%포인트, 5년 만기는 0.0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냉각하면서 전체 경기가 하강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 이후에도 경기 부양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음에도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중국이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외부 변수에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더해지면서 이미 위안화는 약세로 돌아섰으며 외국인 자금은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1년 만기 LPR은 동결하고 5년 만기는 비교적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0.15%포인트는 그동안 5년 만기 LPR 인하 중 가장 폭이 크다. 2020년 4월이 0.1%포인트였으며 나머지 3회는 0.05%포인트씩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당국의 강도높은 규제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중국 경기 전반을 냉각시킨 주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신규 대출 제한으로 헝다 등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렸고, 올 1~4월 부동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감했다.
중국은 올들어 주담대 자기부담비율 인하, 부동산 보유세 확대 중단, 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대출 규제 일부 철폐 등 진작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15일에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추가 인하해 주기로 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인 이쥐연구원은 이날 5년 만기 LPR 인하로 주담대 금리가 최저 연 4.25%까지 내려가 기존 최저였던 2009~2009년 수준보다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씽자오펑 ANZ은행 중국전략가는 "5년 만기 LPR을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중국 수뇌부가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추가 지원 조치를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MUFG은행의 마르코 순 애널리스트는 "1년 만기 LPR 동결은 시중 유동성이 아직 충분하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베이징, 광둥성 등 주요 경제권에서 단행한 강력한 방역 통제로 부동산은 물론 전체 경기가 더욱 가라앉고 있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하고 실업률은 6.1%로 뛰었다. 주요 경제지표가 코로나19가 막 확산하던 2020년 초 수준으로 악화한 것이다.
주식 매도세도 지속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선전 거래소 간 교차매매 시스템을 통한 외국인 거래(북향자금)는 올들어 19일까지 267억위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2014년 교차매매 시작 이후 연간 기준으로 북향자금이 순매도로 마무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은 지난 3월 역대 3번째인 450억위안어치의 중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4월에 63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5월 들어선 다시 87억위안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하락(환율 상승)하는 추세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4.24% 떨어진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8%가량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을 강타하는 경제 충격의 근본 원인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기반한 도시 봉쇄라는 점에서 통화·재정 정책을 동원한 경제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당장 경제를 냉각시키는 주된 원인은 코로나 예방 및 통제 정책에 있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부동산 경기부터 살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5월 5년 만기 LPR이 전달보다 0.15%포인트 낮은 연 4.45%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1년 만기 LPR은 전월과 같은 연 3.7%를 유지했다.중국은 한국처럼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하다가 2019년 8월부터 LPR을 기준금리로 쓰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를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각종 정책 지도를 통해 결정한다. 1년 만기 LPR은 일반 대출에,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에 기준으로 활용된다.
인민은행은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인 작년 12월 1년 만기 LPR을 0.05%포인트 내렸다. 이어 지난 1월에는 1년 만기를 0.1%포인트, 5년 만기는 0.0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냉각하면서 전체 경기가 하강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 이후에도 경기 부양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음에도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중국이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외부 변수에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더해지면서 이미 위안화는 약세로 돌아섰으며 외국인 자금은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1년 만기 LPR은 동결하고 5년 만기는 비교적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0.15%포인트는 그동안 5년 만기 LPR 인하 중 가장 폭이 크다. 2020년 4월이 0.1%포인트였으며 나머지 3회는 0.05%포인트씩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당국의 강도높은 규제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중국 경기 전반을 냉각시킨 주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신규 대출 제한으로 헝다 등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렸고, 올 1~4월 부동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감했다.
중국은 올들어 주담대 자기부담비율 인하, 부동산 보유세 확대 중단, 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대출 규제 일부 철폐 등 진작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15일에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추가 인하해 주기로 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인 이쥐연구원은 이날 5년 만기 LPR 인하로 주담대 금리가 최저 연 4.25%까지 내려가 기존 최저였던 2009~2009년 수준보다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씽자오펑 ANZ은행 중국전략가는 "5년 만기 LPR을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중국 수뇌부가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추가 지원 조치를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MUFG은행의 마르코 순 애널리스트는 "1년 만기 LPR 동결은 시중 유동성이 아직 충분하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베이징, 광둥성 등 주요 경제권에서 단행한 강력한 방역 통제로 부동산은 물론 전체 경기가 더욱 가라앉고 있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하고 실업률은 6.1%로 뛰었다. 주요 경제지표가 코로나19가 막 확산하던 2020년 초 수준으로 악화한 것이다.
외국인, 석달 동안 중국 채권 57조원어치 매도
인민은행의 LPR 인하로 외국인 자금 이탈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중국 채권시장에서 중국 국채와 은행채 등을 총 1085억위안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월 803억위안, 3월 1125억위안에 이어 석 달 연속 순매도다. 이 기간 누적 매각액은 3011억위안(약 57조원)에 달했다. 외국인의 중국 채권시장 직접투자는 2018년 1월 시작됐다. 이전까지 월간 순매도 최고 기록은 2018년 11월 316억위안이었다.주식 매도세도 지속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선전 거래소 간 교차매매 시스템을 통한 외국인 거래(북향자금)는 올들어 19일까지 267억위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2014년 교차매매 시작 이후 연간 기준으로 북향자금이 순매도로 마무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은 지난 3월 역대 3번째인 450억위안어치의 중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4월에 63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5월 들어선 다시 87억위안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하락(환율 상승)하는 추세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4.24% 떨어진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8%가량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을 강타하는 경제 충격의 근본 원인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기반한 도시 봉쇄라는 점에서 통화·재정 정책을 동원한 경제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당장 경제를 냉각시키는 주된 원인은 코로나 예방 및 통제 정책에 있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