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철도부지의 '반전'…정의선 회장도 투자한 이 곳은? [강영연의 뉴욕부동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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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언컨대 365일 이어지는 공사입니다. 뉴욕에 사셨던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텐데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것 역시 늘 공사 중이라는 점일 겁니다.
공사는 기존의 건물을 보수하는 것에서 대규모 개발을 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그럼 현재 맨해튼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개발 지역을 꼽는다면 어딜까요. 대부분이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 야드라고 평가할겁니다. 말그대로 천지개벽 수준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허드슨강 주변은 과거 대규모 철도 기지창이 있었습니다. 유동 인구는 많지 않았고, 관광객들은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맨해튼에 있는 땅을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습니다. 맨해튼에만 8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지만 뉴욕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뉴욕에 본사 및 지점을 내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사무실 수요도 꾸준했죠.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에 따르면 뉴욕 지역에서는 44만명 이상의 인원이 살 수 있는 집이 추가로 필요하고, 2024년까지 1억1100만제곱피트의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10년 허드슨강, 맨해튼 서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수립됐습니다. 대규모 투자유치도 이어졌습니다.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부지 11만3000㎡에 250억달러가 책정됐습니다. 1930년대 록펠러 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80여년 만에 이행된 뉴욕 최대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이라고 평가받습니다.
록펠러센터와 마찬가지로 허드슨 야드는 '도시 속의 도시'입니다. 고급 주거 단지와 쇼핑몰, 사무실, 호텔 등이 모두 있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고층 건물 수만 16개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허드슨 야드는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도심 재탄생의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버려졌던 철도 부지를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허드슨 야드를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로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먼저 지하철 역이 생겼습니다. 뉴욕 지하철 7호선은 원래 타임스퀘어가 마지막 역이었는데요. 2마일 연장돼 11번 에비뉴까지 확장됩니다. 허드슨 야드의 전 지역이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교통이 상당히 편리해진 셈입니다.
투자이민 혜택도 줬습니다. 사실 이것은 논란이 많은 정책이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EB-5 이민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최소 12억 달러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B-5 이민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최소 1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100만달러를 투자하는 사람은 본인과 가족들의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때 투자 금액이 50만달러로 낮아지는 조건이 있습니다. 타깃 고용 지역(targeted employment area, TEA)이라면 50만달러만 투자해도 같은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농촌이나 낙후된 도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조건이었습니다.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TEA로 지정됐습니다. 투자가 절실한 곳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사용되는 제도로 맨해튼 노른자 땅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비자까지 준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많은 논란에도 허드슨 야드는 맨해튼의 새로움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드타운에 있던 주요 회사들이 허드슨 야드로 거점을 옮기고 있고요. 허드슨 야드 중앙에 있는 베슬과 허드슨 야드 몰에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허드슨강을 따라 이어지는 뉴욕의 마천루를 살피다 보면 건물 밖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바로 뉴욕에 4번째로 생긴 전망대 '엣지'입니다.
새롭게 개발된 허드슨 야드의 가장 높은 건물인 30 허드슨 야드(387m) 100층에 있는 전망대인데요. 뾰족하게 튀어나온 야외 전망대의 바닥의 일부가 강화유리로 돼 있어 발아래가 맨해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야외 전망대로는 서반구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강가에 있다 보니 허드슨강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고요. 센트럴파크에서 자유의 여신상까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개장했었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그해 9월부터 다시 영업하고 있습니다.
전망대에는 식당도 있는데요. 이곳에서 식사하면서 바라보는 맨해튼 뷰가 정말 좋다고 합니다. 엣지를 방문하는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이 식당을 예약하면 엣지 입장권을 따로 사지 않아도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약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30 허드슨 야드 완공 당시 뉴욕에서 세 번째,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기록됐습니다. 10 허드슨 야드와 한 쌍을 이뤄 설계되었는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또 하나 유명한 건물로는 앞서 말한 30 허드슨 야드와 함께 15 허드슨 야드가 꼽힙니다. 이 건물은 2019년 3월에 완공된 88층짜리 건물인데요. 아파트 285채와 상업 시설이 입주해있습니다. 허드슨강과 미드타운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최고급 아파트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15 허드슨 야드가 유명해진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파트를 산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2019년 497만 4190달러를 주고 2 베드룸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침실이 2개라서 작은 집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닙니다. 미국은 벽장이 있는 방만 침실로 세기 때문에 서재라든지 다른 방들이 추가로 있습니다. 화장실만 2.5개라고 하고요. 15 허드슨 야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펜트하우스 중 하나기 때문에 한국의 방 2개짜리 아파트와는 아주 다릅니다.
정 회장의 구입 사실은 2021년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당시 구입한 배경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미국 출장이 잦은 정 회장이 호텔보다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될 수 있는 곳에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설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BCG를 건설하는데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15 허드슨 야드는 현대차와 관계가 깊어 보입니다. 2층에서 현대차 쇼룸이 있고, 거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제네시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로 15 허드슨 야드 주민들은 이동할 때 1층에 마련된 제네시스 자동차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예약을 해야 했지만 노쇼가 많아 최근에는 빈 차가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철도기지창에서 전세계 부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신한 허드슨 야드. 한국에도 이런 개발 프로젝트가 가능할지 기대해봅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공사는 기존의 건물을 보수하는 것에서 대규모 개발을 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그럼 현재 맨해튼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개발 지역을 꼽는다면 어딜까요. 대부분이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 야드라고 평가할겁니다. 말그대로 천지개벽 수준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허드슨강 주변은 과거 대규모 철도 기지창이 있었습니다. 유동 인구는 많지 않았고, 관광객들은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맨해튼에 있는 땅을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습니다. 맨해튼에만 8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지만 뉴욕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뉴욕에 본사 및 지점을 내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사무실 수요도 꾸준했죠.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에 따르면 뉴욕 지역에서는 44만명 이상의 인원이 살 수 있는 집이 추가로 필요하고, 2024년까지 1억1100만제곱피트의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10년 허드슨강, 맨해튼 서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수립됐습니다. 대규모 투자유치도 이어졌습니다.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부지 11만3000㎡에 250억달러가 책정됐습니다. 1930년대 록펠러 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80여년 만에 이행된 뉴욕 최대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이라고 평가받습니다.
록펠러센터와 마찬가지로 허드슨 야드는 '도시 속의 도시'입니다. 고급 주거 단지와 쇼핑몰, 사무실, 호텔 등이 모두 있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고층 건물 수만 16개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허드슨 야드는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도심 재탄생의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버려졌던 철도 부지를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허드슨 야드를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로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먼저 지하철 역이 생겼습니다. 뉴욕 지하철 7호선은 원래 타임스퀘어가 마지막 역이었는데요. 2마일 연장돼 11번 에비뉴까지 확장됩니다. 허드슨 야드의 전 지역이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교통이 상당히 편리해진 셈입니다.
투자이민 혜택도 줬습니다. 사실 이것은 논란이 많은 정책이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EB-5 이민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최소 12억 달러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B-5 이민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최소 1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100만달러를 투자하는 사람은 본인과 가족들의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때 투자 금액이 50만달러로 낮아지는 조건이 있습니다. 타깃 고용 지역(targeted employment area, TEA)이라면 50만달러만 투자해도 같은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농촌이나 낙후된 도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조건이었습니다.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TEA로 지정됐습니다. 투자가 절실한 곳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사용되는 제도로 맨해튼 노른자 땅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비자까지 준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많은 논란에도 허드슨 야드는 맨해튼의 새로움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드타운에 있던 주요 회사들이 허드슨 야드로 거점을 옮기고 있고요. 허드슨 야드 중앙에 있는 베슬과 허드슨 야드 몰에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허드슨강을 따라 이어지는 뉴욕의 마천루를 살피다 보면 건물 밖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바로 뉴욕에 4번째로 생긴 전망대 '엣지'입니다.
새롭게 개발된 허드슨 야드의 가장 높은 건물인 30 허드슨 야드(387m) 100층에 있는 전망대인데요. 뾰족하게 튀어나온 야외 전망대의 바닥의 일부가 강화유리로 돼 있어 발아래가 맨해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야외 전망대로는 서반구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강가에 있다 보니 허드슨강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고요. 센트럴파크에서 자유의 여신상까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개장했었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그해 9월부터 다시 영업하고 있습니다.
전망대에는 식당도 있는데요. 이곳에서 식사하면서 바라보는 맨해튼 뷰가 정말 좋다고 합니다. 엣지를 방문하는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이 식당을 예약하면 엣지 입장권을 따로 사지 않아도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약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30 허드슨 야드 완공 당시 뉴욕에서 세 번째,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기록됐습니다. 10 허드슨 야드와 한 쌍을 이뤄 설계되었는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또 하나 유명한 건물로는 앞서 말한 30 허드슨 야드와 함께 15 허드슨 야드가 꼽힙니다. 이 건물은 2019년 3월에 완공된 88층짜리 건물인데요. 아파트 285채와 상업 시설이 입주해있습니다. 허드슨강과 미드타운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최고급 아파트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15 허드슨 야드가 유명해진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파트를 산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2019년 497만 4190달러를 주고 2 베드룸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침실이 2개라서 작은 집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닙니다. 미국은 벽장이 있는 방만 침실로 세기 때문에 서재라든지 다른 방들이 추가로 있습니다. 화장실만 2.5개라고 하고요. 15 허드슨 야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펜트하우스 중 하나기 때문에 한국의 방 2개짜리 아파트와는 아주 다릅니다.
정 회장의 구입 사실은 2021년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당시 구입한 배경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미국 출장이 잦은 정 회장이 호텔보다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될 수 있는 곳에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설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BCG를 건설하는데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15 허드슨 야드는 현대차와 관계가 깊어 보입니다. 2층에서 현대차 쇼룸이 있고, 거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제네시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로 15 허드슨 야드 주민들은 이동할 때 1층에 마련된 제네시스 자동차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예약을 해야 했지만 노쇼가 많아 최근에는 빈 차가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철도기지창에서 전세계 부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신한 허드슨 야드. 한국에도 이런 개발 프로젝트가 가능할지 기대해봅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