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망한 '불마켓', '매파' 불러드가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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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타겟 실적 발표로 모멘텀을 얻은 '경기 침체' 내러티브는 뉴욕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 전날 JP모건, 웰스파고에 이어 20일(미 동부 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대표적 은행들이 모두 경기 둔화를 예상하는 것입니다. 전날 JP모건은 내년 하반기 성장률은 1%로 봤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0.4%로 예상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내년 연간 성장률이 0.5%에 머물 것으로 봅니다. 장기 추세 2%를 훨씬 밑도는 것이죠. 현재의 가파른 하향 조정 추세를 고려하면 곧 마이너스 성장률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에서 경제가 완전히 순조롭게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경기 침체를 겪거나 약한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톤버그인베스트먼트의 제이슨 브래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은 내년에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침체가 오면 연준이 너무 오래 금리 인상을 늦춘 탓이라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날까지 급락세를 거듭해온 뉴욕 증시는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개장 직후 1.4%까지 오르던 나스닥은 오후 1시 30분께 3%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 시간 S&P500 지수는 기술적 지지선인 3858을 깨고 3810.32(-2.3%)까지 급락해 잠정적으로 '베어마켓'으로 떨어졌습니다. S&P인덱시스 측은 자료를 내고 "2022년 1월 3월 고점 4796.56을 기준으로 S&P500 지수는 현재 20% 이상 하락했다. 3737.24보다 낮은 수준에서 마감할 경우 지난 1월 3일을 13년 불마켓(강세장) 종료일로 간주하고 그 이후부터는 약세장으로 분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마법처럼 그 직후부터 시장은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막판으로 갈수록 회복세는 탄력을 얻었고 다우는 0.03%, S&P500 지수는 0.01%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0.3%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3901.36으로 마감해 공식 '베어마켓'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고점에서 하락 폭은 18.7%입니다. 그래도 주요 지수는 7주 연속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7주 연속 하락한 적은 4번 밖에 없습니다. 베스포크 측은 "표본 크기가 4번밖에 안 되지만 증시가 긍정적인 기간에는 이런 유형의 연속 내림세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주가가 하락 폭을 크게 줄인 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이 나온 덕분이었습니다. 불러드가 누굽니까. 얼마 전까지 75bp 인상 주장을 계속해오던 '슈퍼 매파'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말을 했길래 증시가 반색했을까요? 불러드는 오후 1시 30분께 폭스비즈니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2023년이나 2024년에 정책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멘트는 이렇습니다. "나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몇몇 동료들(의 생각)보다 높다. 선제적으로 더 많이 올릴수록 더 쉽게 인플레이션을 잡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할 수 있으므로 더 나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어서 2023년이나 2024년 정책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
불러드 총재는 또 "언제나처럼 우리는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들어오는 데이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철벽같은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게 될 것"이라며 '연준 풋'에 대한 희망을 살짝 불러일으키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많은 가격 재평가가 있었다. 그중 일부는 Fed 때문이지만, 일부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전 가격일 수도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모든 자산의 가격이 재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6, 7월에 50bp씩 인상을 지지한다고 반복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좋은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75bp 인상은 옵션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경기 침체나 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생기려면 매우 큰 충격이 있어야 하고, 정말 큰 충격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그런 걸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2.5~3%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러드의 말은 원론적이고 해왔던 말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매파적이었고, 또 월가 일부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상당했기 때문에 반향이 있었습니다.
월가가 내년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유는 불러드가 제시한 이유(인플레이션 통제)와는 다릅니다. 통상 Fed는 금리 인상 주기에 너무 많이 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위험을 높입니다. 그러면 Fed는 침체를 막기 위해 올리던 금리를 거꾸로 내려왔습니다. UBS에 따르면 Fed가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뒤 인하를 시작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개월입니다. 2000년 이후부터 따져도 3개 분기입니다. 이날 국채 금리도 급락했습니다. 오후 5시께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6.5bp 떨어진 2.785%에 거래됐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18일 3.011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정말 급속한 하락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오늘은 달러도 다시 강세를 보이는 등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급하게 올리고 내년에는 내리겠다'라고 한 불러드 총재의 말은 장기 금리 하락에는 일조했지만, 단기 금리에는 상승 압력을 가했습니다. 2년물은 오후 5시께 전날보다 0.2bp 오른 2.612%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저점이던 2.562%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국채 시장이 말해주듯 전반적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500 지수가 '긍정적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3600선에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금까지 주식 시장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3600은 새로운 강세 사례"(S&P3600 is the new bull case)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2021년 11월 정점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23조4000억 달러가 감소했지만, 자금 흐름을 보면 여전히 아직 '항복' 수준이 아니라면서 "상승하면 매도하라"(sell any rips)라고 주장했습니다. 증시에서 '항복'이란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금이 '항복' 단계인지 알 수 있는 지표로 11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높은 현금 비중(글로벌 펀드 매니저의 현금 비중이 2001년 이후 최고) △암울한 경제 전망 △부정적 기업 이익 전망 등 4가지는 '항복' 단계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식 자금 유출 △주식 '비중 확대' 비율 △채권 '비중 확대' 비율 등은 여전히 기준에 미달하고 있습니다. 하넷 전략가는 특히 "진정한 '항복'은 미 중앙은행(Fed)의 항복, 즉 증시의 대규모 폭락 사태에 긴축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지만 이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Fed의 항복이 나타나려면 먼저 시스템적인 위기와 실업률 상승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140년 동안의 미국 주식 약세장 19개를 분석하면 평균 주가 하락 폭은 37.3, 평균 지속 기간은 289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대입하면 이번 약세장은 2022년 10월 19일에 종료되며 S&P500 지수는 3000, 나스닥은 10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또다시 경고했습니다. 또 지난 40년 동안 거의 모든 증시 폭락은 "날카롭고 빠른 엔화 절상"을 동반했기 때문에 엔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예상치 못한 경기 위험은 월가 붕괴에서 올 수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월가에 있는 자산 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3배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하넷 전략가는 "2020년에 볼 수 있듯이 깊은 경기 침체로 가는 가장 빠른 경로는 월스트리트의 붕괴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핵심은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떤 상승이라도 팔아라'(sell any rips)를 주장한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넷의 말처럼 단기에 너무 많이 내려서 언제든 반등 랠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베어마켓 랠리'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분석입니다.
JP모건의 닉 파니지르조글루 퀀트 전략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이유로 △뮤추얼 펀드의 월말 리밸런싱으로 5월 말까지 340억~560억 달러의 잠재 주식 매수 수요가 있고 △노르웨이중앙은행(Norges Bank), 일본정부연금펀드(GPIF), 스위스중앙은행(SNB)의 월말 리밸런싱에 따른 400억 달러의 주식 매수 수요가 있으며 △양적 긴축(QT)으로 유동성이 감소하겠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주식과 채권 시장의 폭은 모두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다는 등을 제시했습니다.
TS롬바드의 안드레아 시시오네 전략가는 "시장이 단기 반등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매도세를 감안할 때 위험자산 반등이 단기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buy the dips) 보다 오르면 파는 게(sell the rips)는 더 나은 환경이라는 걸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변명의 여지 없이 매파적이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플레이션을 잡기로 했고 궁극적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책 실수를 저지르고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나스닥의 하락 폭이 한때 3%에 달했던 것처럼 증시 내림세는 기술주가 주도했습니다.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이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애플을 놓고는 월가에서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큽니다. 시장 전반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관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아직 덜 떨어진 애플, MS 등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중국의 봉쇄로 인한 공급망 혼란, 수요 감소로 인한 2분기 실적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애플은 전날 기술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38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장중 한때 132.61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반등해 0.17% 상승한 137.59달러로 마감하긴 했지만요. 월가 관계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메타, 아마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라며 "애플은 S&P500 지수의 7%, 나스닥100 지수의 13% 비중을 차지하는 대장주여서 애플이 고전하면 전체 증시가 올라가기 어렵다"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애플은 다르다"라는 주장도 여전합니다. 지난 1분기를 보면 대주주 워런 버핏도 계속 매수하고 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애플의 주가가 5월에만 13% 가까이 내렸고, 일부 트레이더들은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을 경고하지만 애플은 시장 폭풍을 헤쳐갈 수 있는 매력적 주식"이라고 주장하면서 200달러 목표주가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분포한 충성심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2분기 아이폰 수요도 예상보다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는 이날 한때 10%가 넘게 폭락하며 63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하락 폭을 줄였지만, 전날보다 6.42% 내린 663.9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진 게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또 전날 댄 아이브스가 "중국 상하이 폐쇄로 2분기 실적이 대재앙이 될 수 있다"라며 목표주가를 1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도 "2분기에 실질적으로 손실을 낼 수 있다"라며 "주가가 500달러까지 떨어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두 애널리스트 모두 잘 알려진 테슬라 강세론자입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독자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보내왔습니다. 이를 그대로 전합니다.
-이제 시장은 정말로 하락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제 인터뷰를 본 분들은 저처럼 진입 시점을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얘기한 대로 실천할 것이지만, 지금 투자자 심리가 너무 좋지 않아 S&P500 지수가 350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나는 3700에서 지정가 주문(limit order)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나는 배당주, 가치주, 이머징마켓의 대형주 등을 매수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시나리오에서 연말에 증시 회복을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갖고 있지 않은 기술주, 특히 이익을 못 내는 기술주(junky tech)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내 얘기를 듣고 주식을 더 살까 봐 걱정이다. 나는 '충분한 하락이 일어난다면' 나스닥 100의 대형 기술주를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품질이 낮은 기술주와는 다르다. 투자자들이 '내가 무슨 주식을 가졌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They should seriously review WHAT TYPE OF STOCK they own). 시가총액이 매출의 10배에 달하는 주식이라면 하락할 주식 목록에 있을 수밖에 없다.
-(애플과 테슬라에 관한 생각은?) 애플은 내 직업 때문에 살 수 없다. 애플과 테슬라는 추종자들이 꽤 있다. 언젠가는 포기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게 큰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오면 에너지 주식도 내릴 것이란 얘기가 있다) 나는 에너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싶다. 광범위한 항복이 발생한다면 에너지 주가도 낮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내가 더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아크이노베이션펀드에 15억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 ETF에는 4억 달러밖에 유입되지 않았다.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할 때 매수하고 행복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매도하라. 지난 며칠간 배당주와 가치주도 시장과 함께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을지 모르겠다. 이제 사람들은 광범위하게 위험자산에서 철수하고 있다. 나는 그래서 곧 배당주를 매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올해 저점에 접근하고 있다. 만약 이게 깨지면 더 세게 깨질 수 있다. 고품질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면 버텨도 된다. 하지만 이익을 못 내는 기술주라면 매도하는 것이 좋겠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지난주 골드만삭스, 전날 JP모건, 웰스파고에 이어 20일(미 동부 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대표적 은행들이 모두 경기 둔화를 예상하는 것입니다. 전날 JP모건은 내년 하반기 성장률은 1%로 봤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0.4%로 예상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내년 연간 성장률이 0.5%에 머물 것으로 봅니다. 장기 추세 2%를 훨씬 밑도는 것이죠. 현재의 가파른 하향 조정 추세를 고려하면 곧 마이너스 성장률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에서 경제가 완전히 순조롭게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경기 침체를 겪거나 약한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톤버그인베스트먼트의 제이슨 브래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은 내년에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침체가 오면 연준이 너무 오래 금리 인상을 늦춘 탓이라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날까지 급락세를 거듭해온 뉴욕 증시는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개장 직후 1.4%까지 오르던 나스닥은 오후 1시 30분께 3%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 시간 S&P500 지수는 기술적 지지선인 3858을 깨고 3810.32(-2.3%)까지 급락해 잠정적으로 '베어마켓'으로 떨어졌습니다. S&P인덱시스 측은 자료를 내고 "2022년 1월 3월 고점 4796.56을 기준으로 S&P500 지수는 현재 20% 이상 하락했다. 3737.24보다 낮은 수준에서 마감할 경우 지난 1월 3일을 13년 불마켓(강세장) 종료일로 간주하고 그 이후부터는 약세장으로 분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마법처럼 그 직후부터 시장은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막판으로 갈수록 회복세는 탄력을 얻었고 다우는 0.03%, S&P500 지수는 0.01%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0.3%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3901.36으로 마감해 공식 '베어마켓'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고점에서 하락 폭은 18.7%입니다. 그래도 주요 지수는 7주 연속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7주 연속 하락한 적은 4번 밖에 없습니다. 베스포크 측은 "표본 크기가 4번밖에 안 되지만 증시가 긍정적인 기간에는 이런 유형의 연속 내림세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주가가 하락 폭을 크게 줄인 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이 나온 덕분이었습니다. 불러드가 누굽니까. 얼마 전까지 75bp 인상 주장을 계속해오던 '슈퍼 매파'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말을 했길래 증시가 반색했을까요? 불러드는 오후 1시 30분께 폭스비즈니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2023년이나 2024년에 정책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멘트는 이렇습니다. "나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몇몇 동료들(의 생각)보다 높다. 선제적으로 더 많이 올릴수록 더 쉽게 인플레이션을 잡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할 수 있으므로 더 나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어서 2023년이나 2024년 정책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
불러드 총재는 또 "언제나처럼 우리는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들어오는 데이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철벽같은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게 될 것"이라며 '연준 풋'에 대한 희망을 살짝 불러일으키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많은 가격 재평가가 있었다. 그중 일부는 Fed 때문이지만, 일부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전 가격일 수도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모든 자산의 가격이 재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6, 7월에 50bp씩 인상을 지지한다고 반복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좋은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75bp 인상은 옵션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경기 침체나 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생기려면 매우 큰 충격이 있어야 하고, 정말 큰 충격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그런 걸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2.5~3%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러드의 말은 원론적이고 해왔던 말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매파적이었고, 또 월가 일부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상당했기 때문에 반향이 있었습니다.
월가가 내년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유는 불러드가 제시한 이유(인플레이션 통제)와는 다릅니다. 통상 Fed는 금리 인상 주기에 너무 많이 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위험을 높입니다. 그러면 Fed는 침체를 막기 위해 올리던 금리를 거꾸로 내려왔습니다. UBS에 따르면 Fed가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뒤 인하를 시작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개월입니다. 2000년 이후부터 따져도 3개 분기입니다. 이날 국채 금리도 급락했습니다. 오후 5시께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6.5bp 떨어진 2.785%에 거래됐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18일 3.011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정말 급속한 하락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오늘은 달러도 다시 강세를 보이는 등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급하게 올리고 내년에는 내리겠다'라고 한 불러드 총재의 말은 장기 금리 하락에는 일조했지만, 단기 금리에는 상승 압력을 가했습니다. 2년물은 오후 5시께 전날보다 0.2bp 오른 2.612%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저점이던 2.562%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국채 시장이 말해주듯 전반적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500 지수가 '긍정적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3600선에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금까지 주식 시장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3600은 새로운 강세 사례"(S&P3600 is the new bull case)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2021년 11월 정점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23조4000억 달러가 감소했지만, 자금 흐름을 보면 여전히 아직 '항복' 수준이 아니라면서 "상승하면 매도하라"(sell any rips)라고 주장했습니다. 증시에서 '항복'이란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금이 '항복' 단계인지 알 수 있는 지표로 11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높은 현금 비중(글로벌 펀드 매니저의 현금 비중이 2001년 이후 최고) △암울한 경제 전망 △부정적 기업 이익 전망 등 4가지는 '항복' 단계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식 자금 유출 △주식 '비중 확대' 비율 △채권 '비중 확대' 비율 등은 여전히 기준에 미달하고 있습니다. 하넷 전략가는 특히 "진정한 '항복'은 미 중앙은행(Fed)의 항복, 즉 증시의 대규모 폭락 사태에 긴축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지만 이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Fed의 항복이 나타나려면 먼저 시스템적인 위기와 실업률 상승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140년 동안의 미국 주식 약세장 19개를 분석하면 평균 주가 하락 폭은 37.3, 평균 지속 기간은 289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대입하면 이번 약세장은 2022년 10월 19일에 종료되며 S&P500 지수는 3000, 나스닥은 10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또다시 경고했습니다. 또 지난 40년 동안 거의 모든 증시 폭락은 "날카롭고 빠른 엔화 절상"을 동반했기 때문에 엔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예상치 못한 경기 위험은 월가 붕괴에서 올 수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월가에 있는 자산 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3배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하넷 전략가는 "2020년에 볼 수 있듯이 깊은 경기 침체로 가는 가장 빠른 경로는 월스트리트의 붕괴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핵심은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떤 상승이라도 팔아라'(sell any rips)를 주장한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넷의 말처럼 단기에 너무 많이 내려서 언제든 반등 랠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베어마켓 랠리'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분석입니다.
JP모건의 닉 파니지르조글루 퀀트 전략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이유로 △뮤추얼 펀드의 월말 리밸런싱으로 5월 말까지 340억~560억 달러의 잠재 주식 매수 수요가 있고 △노르웨이중앙은행(Norges Bank), 일본정부연금펀드(GPIF), 스위스중앙은행(SNB)의 월말 리밸런싱에 따른 400억 달러의 주식 매수 수요가 있으며 △양적 긴축(QT)으로 유동성이 감소하겠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주식과 채권 시장의 폭은 모두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다는 등을 제시했습니다.
TS롬바드의 안드레아 시시오네 전략가는 "시장이 단기 반등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매도세를 감안할 때 위험자산 반등이 단기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buy the dips) 보다 오르면 파는 게(sell the rips)는 더 나은 환경이라는 걸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변명의 여지 없이 매파적이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플레이션을 잡기로 했고 궁극적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책 실수를 저지르고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나스닥의 하락 폭이 한때 3%에 달했던 것처럼 증시 내림세는 기술주가 주도했습니다.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이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애플을 놓고는 월가에서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큽니다. 시장 전반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관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아직 덜 떨어진 애플, MS 등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중국의 봉쇄로 인한 공급망 혼란, 수요 감소로 인한 2분기 실적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애플은 전날 기술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38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장중 한때 132.61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반등해 0.17% 상승한 137.59달러로 마감하긴 했지만요. 월가 관계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메타, 아마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라며 "애플은 S&P500 지수의 7%, 나스닥100 지수의 13% 비중을 차지하는 대장주여서 애플이 고전하면 전체 증시가 올라가기 어렵다"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애플은 다르다"라는 주장도 여전합니다. 지난 1분기를 보면 대주주 워런 버핏도 계속 매수하고 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애플의 주가가 5월에만 13% 가까이 내렸고, 일부 트레이더들은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을 경고하지만 애플은 시장 폭풍을 헤쳐갈 수 있는 매력적 주식"이라고 주장하면서 200달러 목표주가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분포한 충성심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2분기 아이폰 수요도 예상보다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는 이날 한때 10%가 넘게 폭락하며 63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하락 폭을 줄였지만, 전날보다 6.42% 내린 663.9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진 게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또 전날 댄 아이브스가 "중국 상하이 폐쇄로 2분기 실적이 대재앙이 될 수 있다"라며 목표주가를 1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도 "2분기에 실질적으로 손실을 낼 수 있다"라며 "주가가 500달러까지 떨어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두 애널리스트 모두 잘 알려진 테슬라 강세론자입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독자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보내왔습니다. 이를 그대로 전합니다.
-이제 시장은 정말로 하락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제 인터뷰를 본 분들은 저처럼 진입 시점을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얘기한 대로 실천할 것이지만, 지금 투자자 심리가 너무 좋지 않아 S&P500 지수가 350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나는 3700에서 지정가 주문(limit order)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나는 배당주, 가치주, 이머징마켓의 대형주 등을 매수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시나리오에서 연말에 증시 회복을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갖고 있지 않은 기술주, 특히 이익을 못 내는 기술주(junky tech)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내 얘기를 듣고 주식을 더 살까 봐 걱정이다. 나는 '충분한 하락이 일어난다면' 나스닥 100의 대형 기술주를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품질이 낮은 기술주와는 다르다. 투자자들이 '내가 무슨 주식을 가졌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They should seriously review WHAT TYPE OF STOCK they own). 시가총액이 매출의 10배에 달하는 주식이라면 하락할 주식 목록에 있을 수밖에 없다.
-(애플과 테슬라에 관한 생각은?) 애플은 내 직업 때문에 살 수 없다. 애플과 테슬라는 추종자들이 꽤 있다. 언젠가는 포기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게 큰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오면 에너지 주식도 내릴 것이란 얘기가 있다) 나는 에너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싶다. 광범위한 항복이 발생한다면 에너지 주가도 낮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내가 더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아크이노베이션펀드에 15억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 ETF에는 4억 달러밖에 유입되지 않았다.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할 때 매수하고 행복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매도하라. 지난 며칠간 배당주와 가치주도 시장과 함께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을지 모르겠다. 이제 사람들은 광범위하게 위험자산에서 철수하고 있다. 나는 그래서 곧 배당주를 매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올해 저점에 접근하고 있다. 만약 이게 깨지면 더 세게 깨질 수 있다. 고품질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면 버텨도 된다. 하지만 이익을 못 내는 기술주라면 매도하는 것이 좋겠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