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평택 삼성반도체 캠퍼스를 찾은 가운데,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진행된 두 정상의 공동 연설에 앞서 영어로 환영사를 전했다. 이 부회장은 연단에 올라 “굿 이브닝”으로 말문을 연 뒤 1분 37초간 영어로 환영사를 했다. 마스크를 벗지 않고 연설을 시작하다 이를 깨닫고 웃음 지으며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두 분을 직접 모시게 돼 영광"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진화된 제조 공장인 평택 반도체 캠퍼스에 와 주신 것에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5년 전에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한 세계적 기업"이라며 "우리는 이런 우정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발전시켜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는 모든 것의 엔진이 되고 있으며 성장을 이끌고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혁신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 팀 삼성 여러분의 헌신과 큰 노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부회장은 환영사를 마친 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무대로 안내했다.
환영사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삼성 직원들도 부회장 영어 연설은 처음 들어본다더라", "자랑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삼성전자 직원은 "삼성 10년 다녔지만 이 부회장 얼굴 본 적이라고는 1번 스쳐 지나간 것뿐이다"라는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육성 목소리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소하다. 재판에 출석하며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말을 아끼거나 청문회 등에서 짤막한 입장 표명만 해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비즈니스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어와 영어 모두 능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21일 페이스북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삼성 반도체 단지를 방문한 윤석열,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이 참 보기 딱할 정도로 안쓰럽게 느껴졌다"면서 "아직 사면.복권이 되지 않아 피고인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라고 적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