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같은 클래식 곡명…'작·음·곡·조·작'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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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클래식
곡을 만든 작곡가의 작품 가운데
'No.' 해당 형식중 몇번째 곡인지
'Op.'는 모든 곡중 작곡 순서 뜻해
바흐 등 별도 작품 번호 붙이기도
곡을 만든 작곡가의 작품 가운데
'No.' 해당 형식중 몇번째 곡인지
'Op.'는 모든 곡중 작곡 순서 뜻해
바흐 등 별도 작품 번호 붙이기도
‘베토벤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클래식 연주회장에서 받은 프로그램북을 펼쳐볼 때마다 드는 생각. ‘이런 암호문을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날 연주할 곡명인 건 알겠는데, 작곡가 이름을 빼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암호처럼 복잡한 클래식 곡 제목,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기본 원칙만 기억해두면 생각보다 쉽게 암호를 풀 수 있다. 보통 클래식 곡 제목은 ‘작곡가 이름-음악 형식-곡의 순서-조성-작품 번호’ 순으로 짓는다. 작곡가 이름은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등 사람 이름이라 쉽게 알 수 있다.
음악 형식은 다양하다. 심포니(symphony)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교향곡을 말한다. 소나타(sonata)는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 콘체르토(concerto)는 독주가 가능한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 형식이다. 이 밖에 오페라(opera), 레퀴엠(requiem·장송곡), 스위트(suite·모음곡)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그 뒤에 붙은 ‘No.’는 해당 형식 중 몇 번째 작품인지를 나타낸다.
그다음은 조성과 작품 번호다. 메이저(major)는 밝은 느낌의 장조, 마이너(minor)는 어두운 느낌의 단조다. ‘Op.’(라틴어 opus)는 작곡가의 몇 번째 곡인지를 나타내는 번호다. ‘No.’는 해당 작곡가가 이런 형식으로 작곡한 몇 번째 작품인지를, ‘Op.’는 해당 작곡가가 만든 모든 곡 가운데 몇 번째인지를 나타낸다. 그러니 Op. 숫자가 No. 숫자보다 크다.
통상 이런 번호는 작곡가가 죽은 뒤 곡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역사가나 후배 음악가들이 매긴다. 작곡 순서나 악보 출판 순서에 따라 붙인다. 간혹 작곡가의 이름이나 분류한 사람의 이니셜을 가져와 ‘BWV’(바흐) ‘K’(모차르트) ‘D’(슈베르트) 등 별도의 작품 번호를 붙이기도 한다.
정리하면 ‘베토벤 Symphony No.5 in C minor, Op.67’는 ‘베토벤이 작곡한 다섯 번째 교향곡이자 전체 통틀어 67번째 작품으로 어두운 느낌의 C단조 곡’이란 의미다. 하지만 실제 이 곡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운명교향곡’이라고 부른다.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다. 그가 죽은 뒤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가 전한 ‘카더라~’ 통신에서 유래했다. 베토벤이 생전에 이 곡의 1악장 첫머리를 가리켜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나.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쇼팽의 ‘흑건’ 등도 모두 작곡가가 아니라 악보업자나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붙인 부제나 별명이다.
옛 클래식 작곡가들은 곡 제목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란 이유에서다. 그렇다. 곡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고 아름다운 선율을 못 느낄 리 없을 테니.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클래식 연주회장에서 받은 프로그램북을 펼쳐볼 때마다 드는 생각. ‘이런 암호문을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날 연주할 곡명인 건 알겠는데, 작곡가 이름을 빼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암호처럼 복잡한 클래식 곡 제목,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기본 원칙만 기억해두면 생각보다 쉽게 암호를 풀 수 있다. 보통 클래식 곡 제목은 ‘작곡가 이름-음악 형식-곡의 순서-조성-작품 번호’ 순으로 짓는다. 작곡가 이름은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등 사람 이름이라 쉽게 알 수 있다.
음악 형식은 다양하다. 심포니(symphony)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교향곡을 말한다. 소나타(sonata)는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 콘체르토(concerto)는 독주가 가능한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 형식이다. 이 밖에 오페라(opera), 레퀴엠(requiem·장송곡), 스위트(suite·모음곡)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그 뒤에 붙은 ‘No.’는 해당 형식 중 몇 번째 작품인지를 나타낸다.
그다음은 조성과 작품 번호다. 메이저(major)는 밝은 느낌의 장조, 마이너(minor)는 어두운 느낌의 단조다. ‘Op.’(라틴어 opus)는 작곡가의 몇 번째 곡인지를 나타내는 번호다. ‘No.’는 해당 작곡가가 이런 형식으로 작곡한 몇 번째 작품인지를, ‘Op.’는 해당 작곡가가 만든 모든 곡 가운데 몇 번째인지를 나타낸다. 그러니 Op. 숫자가 No. 숫자보다 크다.
통상 이런 번호는 작곡가가 죽은 뒤 곡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역사가나 후배 음악가들이 매긴다. 작곡 순서나 악보 출판 순서에 따라 붙인다. 간혹 작곡가의 이름이나 분류한 사람의 이니셜을 가져와 ‘BWV’(바흐) ‘K’(모차르트) ‘D’(슈베르트) 등 별도의 작품 번호를 붙이기도 한다.
정리하면 ‘베토벤 Symphony No.5 in C minor, Op.67’는 ‘베토벤이 작곡한 다섯 번째 교향곡이자 전체 통틀어 67번째 작품으로 어두운 느낌의 C단조 곡’이란 의미다. 하지만 실제 이 곡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운명교향곡’이라고 부른다.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다. 그가 죽은 뒤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가 전한 ‘카더라~’ 통신에서 유래했다. 베토벤이 생전에 이 곡의 1악장 첫머리를 가리켜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나.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쇼팽의 ‘흑건’ 등도 모두 작곡가가 아니라 악보업자나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붙인 부제나 별명이다.
옛 클래식 작곡가들은 곡 제목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란 이유에서다. 그렇다. 곡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고 아름다운 선율을 못 느낄 리 없을 테니.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