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플레이션발(發) 실물경제 충격에 휩싸이면서 주식 시장도 함께 얼어붙고 있다. 긴축 가속화,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상승 우려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에 대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맞설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불안한 美 실물경제…인플레와 맞짱 뜰 종목 잡아라

원자재·장비가 인플레 파이터

지난 19일 뉴욕증시는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았다. S&P500지수는 4.04%, 나스닥지수는 4.73% 하락했다. 이날 미국 양대 유통 기업으로 불리는 월마트와 타깃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영향 탓이다. 특히 유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두 업체 모두 2분기 전망치를 하향하면서 인플레이션 악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증권가에선 인플레이션 회피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고객들에게 원가 상승 국면에서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안티 인플레이션’ 종목을 소개했다. 과거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주가가 함께 상승했던 S&P500 내 종목들을 추렸다. 주로 원부자재 및 장비 업체가 포함됐다. 정유회사인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원가 상승 국면에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종목이다. 올 들어 원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가가 100% 이상 올랐다. 최근 벅셔해서웨이도 대거 매수에 나섰다. 주가가 47% 오른 비료회사 모자이크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최대 비료회사로 연간 1000만t 이상의 칼륨 비료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농기계 업체인 디어앤드컴퍼니와 광산장비업체 캐터필러도 인플레를 방어할 종목으로 꼽혔다. 디어앤드컴퍼니는 올해 8% 하락하고 캐터필러는 4% 내렸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18% 이상 빠진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디어앤드컴퍼니는 최근 곡물가격 상승 수혜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기업인 사이먼프로퍼티그룹도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목할 만한 종목에 올랐다. 물가 상승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고 연간 배당률도 5~6%로 높은 편이다. 이외에 유리 제조회사인 코닝과 철강업체인 뉴코 등도 이름을 올렸다. 정보기술(IT) 회사 중에서는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낸 애플이 포함됐다.

이익률 높은 업체도 주목

이익 상승률이 높아 원가 상승 국면에서도 호실적을 낼 수 있는 업체들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CNBC와 팩트셋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올해 1분기 매출총이익은 36억7600만달러로 이익률이 47.2%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8%포인트 상승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 역시 1분기 매출총이익률이 60.4%로 높은 편에 속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우려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셰일가스 기업인 EOG리소스 역시 이익 상승률이 높은 업체다. 올 1분기 매출총이익은 52억1800만달러로 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8%포인트 오른 56.8%를 기록했다. CNBC는 “EOG리소스는 올해 원유 가격 상승으로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B2B(기업 간 거래) IT 서비스를 하는 기업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소비자용 IT 서비스의 경우 경기 침체 국면에서 쉽게 고객이 이탈하지만, 기업용 서비스는 영업 활동의 핵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탈률이 낮다는 분석이다. IT 서비스인 만큼 임금을 제외하면 원가 상승 영향도 적은 편이다.

유안타증권은 보안전문 기업인 팔로알토네트웍스와 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서비스나우를 추천했다. 두 업체 모두 각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구독제를 바탕으로 매출 상당액을 현금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꼽혔다.

황병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스템소프트웨어 업종은 경기 민감도가 낮아 성장이 둔화할 위험 요소가 적다”며 “실질임금 하락이나 공급망 위험에서도 자유로워 투자 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