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고팍스 대표 "무작정 상장 '큰코'…덤핑 코인 가려낼 것"
“IEO를 계기로 코인 상장 기준은 더 높아질 겁니다. 단순히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코인을 상장하려 하면 큰코다칠 겁니다.”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38·사진)는 거래소를 통한 코인 상장(IEO)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인 상장(ICO) 허용’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최근 논의가 뜨거운 주제다. 거래소가 ICO를 심사하는 것을 IEO라고 부른다.

고팍스는 까다로운 코인 심사로 유명하다. “길게 보면 당장의 수수료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이 대표의 지론 때문이다. 그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나와 맥킨지, 홍콩계 사모펀드에서 근무했다. 2014년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블록체인 금융회사 구상을 가다듬다가 2015년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를 창업했다. 작년 9월 은행 실명계좌를 의무화한 특정금융정보법이 발효된 이후 7개월간 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경영을 어렵게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전북은행으로부터 계좌를 확보해 지난달 30일부터 원화마켓 운영을 재개했다.

이 대표는 “상장 전후 코인 보유 현황을 고려해 ‘덤핑’(자금 조달을 위한 과도한 코인 발행)이 의심되는 건 상장하면 안 된다”며 “앞으로는 기준을 더 높이는 게 맞다”고 했다. 고팍스는 경쟁사들이 100~200개 안팎의 암호화폐를 상장하며 거래량을 늘리는 동안 79개를 상장하는 데 그쳤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코인에 적용된 기술 및 금융사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다.

고팍스는 지난 20일 기업가치를 약 37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소프트뱅크와 라인 합작사인 Z홀딩스의 벤처캐피털 자회사 ZVC, KB인베스트먼트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2대 주주인 DCG와 스트롱벤처스 등도 투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