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거래절벽’이 심해지고 있다. 이달 10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된 이후 다주택자들의 ‘절세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53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 시행 직전인 이달 9일(5만5509건)보다 4844건(8.7%) 늘었다. 자치구별로 △강서구 12.4% △금천구 12.2% △관악구 11.8% △마포구 10.4% 등지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집값이 고공 행진하던 작년 9월 3만6000건대까지 줄었다가 이후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 매매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에는 2020년 8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6만 건을 넘어섰다.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수세는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69건이다. 아직 신고 거래 기한(5월 31일)이 1주일가량 남았지만, 작년 4월(3655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작년 11월 셋째 주 이후 27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 반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매물이 쌓이면서 외곽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면적 84㎡는 이달 5일 14억9000만원에 팔려 작년 8월 최고가(16억8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 전용 114㎡도 지난 17일 직전 최고가(11억8000만원, 2021년 8월)보다 1억8000여만원 낮은 9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새 정부의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망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