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의 이공계 유입을 확대하자
요즘 대만이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만이 어떻게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바로 ‘과학기술’ 때문이다. 대만은 우수한 반도체 기술력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과학기술 패권이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국제사회는 과학기술 패권을 위해 과학기술 인력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인력 공급을 위해 대학 신입생을 6개월마다 모집한다. 캐나다는 토론토를 제2의 실리콘밸리로 구축해 해외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 인재만으로는 공급에 부족함을 느껴 정보기술(IT)·물리학 등의 한국 인재를 얻기 위해 최근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E4)를 신설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범부처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신산업 인력 수요보다 유입 인력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자구책으로 기업이 직접 인재 육성에 뛰어들고 있지만, 생산가능인구마저 계속 감소해 국내 과학기술 인력 공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여성 과학기술인에 주목해보자. 과학기술 인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지금보다 이공계 전공자를 더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여자 대학생 중 이공계 전공자는 20%이지만, 남자 대학생은 50.1%가 이공계를 전공하고 있다. 여학생의 이공계 유입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과학기술 인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여성의 이공계 유입 정책을 더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여성의 이공계 유입 확대는 연구개발(R&D) 성과와 과학기술력을 전반적으로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필두로, 최근 과학기술 선도국가에서는 과학기술(STEM) 분야 다양성·포용성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미국은 ‘과학기술 교육·연구개발 분야의 다양성과 포용성 제고를 위한 지침’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자국의 STEM 분야 다양성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식별하고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한편 과학기술 리더십 유지 및 미래 노동력의 창의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 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2020년 자료)에 따르면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신규 채용 비율은 남성 71.9%, 여성 28.1%였다. 경력이 높아질수록 성비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여성 과학기술인 전담 기관으로서 여성의 이공계 유입 확대 및 생애주기 경력 성장을 위한 교육·멘토링·연구·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포용적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 문화 조성 캠페인 등의 정책도 펼치고 있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로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과학기술인재 체계적 지원’을 선정해 ‘여성 과학기술인의 경력 복귀 등 전 주기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신산업·신기술 분야 여성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보다 많은 여성이 과학기술계로 유입되고 디지털 인재로 성장해 과학기술 주도 성장의 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