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변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반미단체들의 집회·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신고된 서울 시내 집회는 61건으로 1만여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주변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낮 12시가 지나자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 수십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미국 패권 보장을 위한 대중국 군사경제 동맹 거부하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어 옆에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녹색연합, 민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 회원 1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시작하고 “종속적인 한·미관계 바꿔내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미 군사동맹 강화 중단,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철거,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반대, 한·미 야외 기동훈련 재개 중단,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회담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지자 시위자들이 소형 부부젤라를 불며 소란을 피우는 등 용산구 일대는 오후 내내 크고 작은 단체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찬이 진행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따라가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125개 중대, 1만여 명 규모의 기동대 인력을 동원해 집회에 대응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집무실 앞 20m 집회 개최를 허용해 일부 단체는 대통령실 담장 경계 바로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100m 밖에서도 여러 단체가 시위를 예고한 탓에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하는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용산구 일대에만 100여 개 중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일부 단체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숙소인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정상회담에 앞서 방문한 국립서울현충원 맞은편 등에서 기습 집회를 벌이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원 70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현충원 앞에 모여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반대 시위자들을 향해 “반미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 출발해 차로를 통해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 피켓을 든 1인 시위자들도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에서 확성기로 “검수완박 전면 무효화하라”, “북괴는 전멸해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소란이 계속된 탓에 가족 단위로 현충원, 전쟁기념관을 찾은 나들이객과 광장 주변 나무 그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던 일부 시민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