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한·미 통화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정상회담 후 “전반적으로는 통화스와프 이상으로 필요한 협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국이 미국과 일정 기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는 걸 넘어 상설 통화스와프 수준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에 필수적”이라며 “외환시장에 충격이 온다든가 할 때 양국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호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관련 협력’을 명시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왕 비서관은 “아마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최초로 등장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외환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외환 관련 협력은 양국 중앙은행의 영역이란 이유에서다. 일단 양국이 과거 체결했던 방식의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통화스와프를 맺었고, 이후 세 차례 연장했다. 지난해 12월 추가 연장하지 않아 통화스와프 협정이 종료됐다. 기존 통화스와프 재개 시 부작용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왕 비서관이 ‘통화스와프 이상으로 필요한 협력’을 언급한 점을 근거로, 한국이 미국과 상설 스와프라인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국제통화를 보유한 다섯 개 국가와 상설 스와프라인을 개설했다. 미국과 상설 스와프라인을 열 수 있다면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과 원화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원화는 유로화나 엔화, 파운드화 등과 비교해 국제 외환시장에서 존재감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상설 스와프에 준하는 장기 통화스와프 협정이 맺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