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있으니 급하게 팔 필요 없어"
적은 매물·높은 가격에
"더 내릴 건데 뭣 하러 지금 사"
서울 아파트 거래가 지지부진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가 발표된 이후 매물은 늘었음에도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시장에서는 세금 중과 유예 기간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매수자들은 집값 추이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살펴본 후 움직이려고 한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23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모두 6만353건이다. 양도세 완화 대책 시행 전인 지난 9일(5만5509건)보다 8.72%(4844건) 증가했다. 앱에서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건을 넘은 것은 2020년 8월6일(6만306건) 이후 21개월 만이다.
지역별로는 △구로구(7.2%) △관악구(6.8%) △금천구(6.8%) △노원구(6.1%) 등에서 매물이 증가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발표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은 서울 외곽에 보유한 매물부터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그간 양도세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매물 처분에 대한 문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 절벽’은 여전히 극심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는 442건을 기록했다. 아직 5월이 다 지나가진 않았지만, 전년 동기(4901건)보다 91.38%(4479건) 줄어든 수준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래가 줄어들었다. 노원구가 96.68% 줄어들면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 △도봉구(-96.68%) △관악구(-95.83%) 등 서울 외곽 지역은 물론 △강남구(-94.69%) △서초구(-94.48%) △송파구(-93.38%) 등 강남 3구도 거래가 적다.
집주인들이 매물은 내놨지만 급하게 정리하려고 하진 않는단 설명이다. 보유세 산정 기일이 내달 1일로 이미 촉박한 데다 양도세 유예 기간이 아직 남아서다. 실수요자들 역시 급할 게 없다.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최근 일부 지역에서 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집을 매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다.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는 했지만 급하게 정리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매수 문의도 많이 없어 일단 상황을 보자는 태도"라고 했다.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실수요자 중에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며 "매도인과 매수인이 생각하는 가격이나 조건 등이 너무 동떨어져 있어 거래가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당분간 거래가 뜸한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내달 1일 지방선거까지 지켜본 이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살펴보겠단 시장 참여자들이 많단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선을 앞두고 거래 절벽이 지속된 것처럼 이번엔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지방선거 이후에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히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거래가 활발해지려면 올해는 지나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5월 셋째 주(16일) 기준 90.8로 전주(91)보다 더 떨어졌다.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있는 동북구가 86.1로 가장 낮았고 △서북권(86.1) △강북권(86.8) 등이 90을 밑돌았다. △도심권(91.1) △서남권(92.4) △강남권(94.6) △동남권(97.5) 등은 90을 웃돌았지만, 여전히 기준선 100에는 못 미친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팔려는 집주인이 더 많단 뜻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