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부터 미국까지…올 여름 세계 정전위기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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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덮친 지구촌…에너지 공급은 부족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 폭염이 덮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에너지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전기료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염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면서 여름철 정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전력난 우려가 일찌감치 불거진 것은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다. 인도는 때이른 고온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은 가뭄에 메말라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기록적인 폭염까지 더해지자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석탄, 천연가스 등 발전원료 가격은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 여파로 뛰어올랐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도 에너지 공급난을 가중시켰다. 샨타누 자이스왈 블룸버그NEF 애널리스트는 “전쟁과 러시아 제재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이상 기후와 경제 회복까지 맞물려 전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미국에선 대부분 지역이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서부 지역에선 가뭄이 이어지며 수력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중서부 지역 전력망 업체 MISO는 관할 지역 15개 주 가운데 11곳이 정전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여름철을 앞두고 MISO가 정전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대호 지역에 이르기까지 최소 12개 주가 올여름 정전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에너지 대란은 벌써 시작됐다. 인도에선 늦봄부터 5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인도 전력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도의 전력 수요는 181GW(기가와트)로 2012~2021년 중 최고치(169GW)를 뛰어넘었다. 인도 정부는 이달 “28개 주 중 16개 주(인구 7억 명 이상)가 하루 2~10시간가량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도 전국적인 전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과 같은 전력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3억t에 달하는 석탄을 추가 생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륙 탄광지와 멀리 떨어진 남쪽 지역에선 값비싼 외국산 석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전력난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도쿄시도 전력난을 막기 위해 TV 시청 줄이기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나섰다.
냉방시설에 덜 의존하는 유럽 국가는 상대적으로 전력난 우려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국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반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를 차단할 경우 도미노 에너지 대란이 닥칠 수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는 만큼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동유럽 국가의 정전 위험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는 천연가스 공급난 우려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대안이 마땅지 않다. 파비앙 로닝엔 라이스타드에너지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라트비아 헝가리 등은 유럽에서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전력난은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인도에선 2014년 전력 대란이 발생하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5%가 증발했다. 정전으로 공장이 멈춰선 탓이다. 블룸버그는 “정전이 지속되면 기업이 문을 닫는다”며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