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  /한경DB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 /한경DB
로봇 관련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을 자하겠다고 밝힌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도 로봇 산업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잇는 국내 대표 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내 로봇주는 적자 기업이 많은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산업용 로봇 업체 유일로보틱스는 23일 오후 2시 55분 현재 3.68% 오른 1만9700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2.18%), 유진로봇(1.38%), 로보스타(2.03%), 로보티즈(0.48%) 등 로봇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로봇 투자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이된다.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 후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0년 로봇 제어 분야 선도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하는 등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한 ‘메타모빌리티’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로봇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키움증권은 ‘로봇: 현재가 된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로봇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로봇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5~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산업용 로봇이 주류이지만 향후 서비스 로봇이 성장하면서 ‘개인 서비스 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로봇은 가정·교육·의료·국방 등 제조업 이외의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해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로봇청소기, 반려 로봇, 학습 로봇 등 개인 서비스 로봇과 수술로봇, 웨어러블 로봇, 물류운송 로봇 등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서비스 로봇에 주력하면서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로보티즈,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일로보틱스를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로보티즈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로 구성된 로봇 전용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를 생산한다. 액추에이터는 스스로 이동하면서 작업해야 하는 서비스 로봇의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는 전체 로봇부품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정밀감속기도 개발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연구팀이 세운 기업으로 유명하다. 올해 협동로봇 판매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영업이익이 13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조현장에서 협동로봇 수주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내재화에 성공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일로보틱스는 자동차, 2차전지, 가전산업 등에 사용되는 자동화 로봇을 개발한다. 직교 로봇, 협동 로봇, 다관절 로봇 등 산업용 로봇의 전 제품군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7% 증가한 4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다만 국내 로봇주는 테마주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로봇주는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로봇을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주가가 급등락한 바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로봇주는 적자 상태이거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매우 높은 기업이 많아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변동성이 크다”며 “로봇주의 주가 변동성이 부담된다면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업체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