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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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 앞으로 3년간은 대기업이 사실상 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없다. 기존 대기업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 티맵모빌리티(SK스퀘어)는 사업 확장에 각종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대리운전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전화 호출식(전화콜) 대리운전 사업자 일부 모임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작년 5월 동반성장위에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지 1년 만에 나오는 결정이다.

동반성장위는 대기업 계열 플랫폼들이 서비스 이용 대가로 현금이나 그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현금성 프로모션을 금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콜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이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막고 추가 지분 투자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M&A 등을 금지하는 이번 조치가 자율 경쟁을 막아 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에 소속되지 않은 한 중소 전화콜업체 관계자는 “앱을 통해 예약하려는 이가 많은데 중소 업체가 개별 앱을 개발해도 쓰는 고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 독점을 방지하는 게 아니라 영세업체의 퇴로도 막아 그대로 고사하라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콜업체에 지분투자도 막힐 듯

정보기술(IT)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계열 플랫폼 업체들이 전화콜 기업에 추가 지분 투자를 하지 않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숫자로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상생’ 조건을 달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엔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동반위의 결정은 권고 사항이라 법적 효력이 없지만 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행명령을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진 요즘 동반위 결정을 위반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사실상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며 “각 기업이 권고 사항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동반위는 대리운전 시장 내 기업 종류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제휴·인수합병(M&A) 등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의 주요 관건이던 관제 프로그램 기업에는 대기업과의 제휴, M&A 등을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제 프로그램은 ‘전화콜’을 받아 기사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관제 프로그램 기업들이 제기한 ‘사기업에 대한 제휴·M&A 금지는 경영권 침해’라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제 프로그램 기업 바나플은 지난 16일 동반위 측에 제출한 공문에서 “제3자인 신청 단체와 대기업이 당사 고유의 권리를 제한하려고 논의하는 것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중기 적합업종을 신청한 쪽에서도 불만이 큰 모양새다. 당초 요구한 기존 업체 인수 금지, 관제 프로그램 업체 투자 금지 등 조건이 반쪽만 받아들여졌다는 이유에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