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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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운용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린 반면,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시장은 다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올해는 시장 환경도 녹록지않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채권과 주식 시장이 동시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는 살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ETF와 연금 시장 공략이 대표적이다.

늘어나는 운용 자산

자산운용사들이 굴리는 자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의 운용 자산은 1322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4% 늘어났다. 펀드 수탁고는 전년 말 대비 13.6% 증가한 78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펀드 수탁고는 285조1000억원, 사모펀드 수탁고는 500조6000억원이었다. 이밖에 투자일임계약고가 53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펀드 매력 주춤…자산운용사, ETF·연금서 새 길 찾는다
지난해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순이익 규모는 2조1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1% 증가했다. 수수료 수익과 증권 투자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전체 자산운용사 384개사 중 310곳은 흑자, 38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회사 비율은 10.9%로 전년 말 대비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로 전년 대비 5.0%포인트 상승했다.

ETF 시장으로 ‘머니 무브’

하지만 국내주식형 펀드는 매력을 잃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지난 2년간은 직접 투자에 밀렸고, 올해 들어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대체투자형 펀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주식형 펀드는 1년 평균 -15.15%,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는 -12.48%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설정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기준 약 56조원에서 지난 20일 기준 약 45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운용업계가 사활을 거는 것은 ETF다. 2020년부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약 74조원에 달했다. 2019년 말 기준 52조원에서 2년만에 42% 늘어난 것이다.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데다 개별 종목을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ETF의 성장세를 가속화한 것은 테마형 ETF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순자산총액이 3조원이 넘는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 자산운용사와 글로벌 ETF 운용사와의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을 잡아라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연금 시장이다. ETF뿐만 아니라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타깃인컴펀드(TI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펀드 등을 통해 연금자산 투자와 관리를 돕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목표시점을 선택하면 해당 시기까지 자산을 알아서 최적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은퇴 시점이 오래 남아있을 때는 위험 자산인 주식을,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가 시행되면서 TDF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새로운 고객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MZ(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세대를 위한 TDF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은퇴시점을 2055년, 2060년에 맞춘 TDF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비해 OCIO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의 자금을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위탁받아 운용하는 것을 OCIO라고 부른다. 이를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적용시켜 공모펀드로 구현한 것이 OCIO 펀드다. 지난 4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작성해 운용 목적·목표수익률·운용성과 등을 명시해야 한다. 고민을 떠안은 기업들에게 OCIO 펀드가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연금 시장이 운용사들의 격전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