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패권 확장하는 중국…선택 기로 서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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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은 올해 연말까지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제도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제3국 통화 공여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CMIM은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에서 마련된 금융 위기 예방 시스템이다. 역내 회원국 위기시 유동성 지원을 위한 총 2400억 달러 규모의 다자간 통화스왑 체계로, 한국은 전체의 16%인 384억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아세안+3은 지난해 CMIM 지원 시 달러가 아닌 자금 지원국의 자국통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예를 들면 그전까진 필리핀이 자국의 페소화를 담보로 회원국에 미 달러화 지원 요청만이 가능했지만, 자국통화 공여절차가 마련되면서 한, 중, 일에 각각 원화, 위안화, 엔화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자금 지원국이 그 나라 통화가 아닌 제3국 통화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필리핀이 시장 안정을 위해 위안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이나 일본이 보유한 위안화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아세안 지역에서의 위안화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세안+3에서 국제 통화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위안화와 엔화 정도다. 실제 회원국이 달러가 아닌 위안화 지원을 요청할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역내에서의 위안화의 기능을 확대한 것이다.
아세안+3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오는 8월 1일부터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서 달러 비중을 기존 41.73%에서 43.38%로, 위안은 10.92%에서 12.28%로 조정하기로 했다. 반면 유로(30.93%→29.31%), 엔(8.33%→7.59%), 파운드(8.09%→7.44%) 비중은 하향한다.
SDR은 IMF 회원국이 출자 비율에 따라 보유하는 권리다. 외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이를 달러 등 주요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위안화는 2016년 처음으로 IMF의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됐다. IMF의 이번 비율 조정은 위안화 편입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대항한 중국의 자체 국제결제 시스템 CIPS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IPS는 2015년부터 중국의 역외 25개 청산은행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제결제 시스템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등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활용한 CIPS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에게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례적으로 정상 선언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향후 양국 중앙은행 차원에서 통화스왑 체결 논의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확보가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임을 시사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정책에도 큰 이견 없이 협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제3국 통화 공여절차 마련 등 CMIM 후속 개선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석좌교수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경제가 미국과 중국 양대축을 중심으로 나눠지는 상황이 한국에겐 위기가 될 것"이라며 "결국은 선택의 기로에서 국방 때문에 미국 측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적으론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은 올해 연말까지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제도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제3국 통화 공여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CMIM은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에서 마련된 금융 위기 예방 시스템이다. 역내 회원국 위기시 유동성 지원을 위한 총 2400억 달러 규모의 다자간 통화스왑 체계로, 한국은 전체의 16%인 384억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아세안+3은 지난해 CMIM 지원 시 달러가 아닌 자금 지원국의 자국통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예를 들면 그전까진 필리핀이 자국의 페소화를 담보로 회원국에 미 달러화 지원 요청만이 가능했지만, 자국통화 공여절차가 마련되면서 한, 중, 일에 각각 원화, 위안화, 엔화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자금 지원국이 그 나라 통화가 아닌 제3국 통화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필리핀이 시장 안정을 위해 위안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이나 일본이 보유한 위안화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아세안 지역에서의 위안화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세안+3에서 국제 통화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위안화와 엔화 정도다. 실제 회원국이 달러가 아닌 위안화 지원을 요청할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역내에서의 위안화의 기능을 확대한 것이다.
아세안+3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오는 8월 1일부터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서 달러 비중을 기존 41.73%에서 43.38%로, 위안은 10.92%에서 12.28%로 조정하기로 했다. 반면 유로(30.93%→29.31%), 엔(8.33%→7.59%), 파운드(8.09%→7.44%) 비중은 하향한다.
SDR은 IMF 회원국이 출자 비율에 따라 보유하는 권리다. 외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이를 달러 등 주요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위안화는 2016년 처음으로 IMF의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됐다. IMF의 이번 비율 조정은 위안화 편입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대항한 중국의 자체 국제결제 시스템 CIPS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IPS는 2015년부터 중국의 역외 25개 청산은행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제결제 시스템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등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활용한 CIPS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에게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례적으로 정상 선언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향후 양국 중앙은행 차원에서 통화스왑 체결 논의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확보가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임을 시사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정책에도 큰 이견 없이 협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제3국 통화 공여절차 마련 등 CMIM 후속 개선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석좌교수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경제가 미국과 중국 양대축을 중심으로 나눠지는 상황이 한국에겐 위기가 될 것"이라며 "결국은 선택의 기로에서 국방 때문에 미국 측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적으론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