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직 제외 6명 중 5명 물갈이…우철문-김광호 차기 청장 경합 전망
검경 수사권 조정 주도한 경찰대 출신 견제 작용한 듯
싹 바뀐 경찰청장 후보군…경찰대 힘 빼고 지역·입직 안배
정부가 24일 경찰 치안정감을 대폭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7월 2년 임기를 마치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뒤를 이을 차기 청장 후보군도 완전히 바뀌게 됐다.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줄곧 강세를 보였던 경찰대는 힘이 빠지고 순경·간부후보·고시 등 다양한 입직에서 고르게 승진이 이뤄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목소리를 크게 냈던 경찰대 출신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 후 경찰 통제를 강화하려는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대에 밀려났던 다른 입직 경로 출신들에게 기회를 확대하면서 경찰 조직 내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승진 인사에서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우철문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김광호 울산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장 등 5명이 치안정감으로 발탁됐다.

치안정감은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국가수사본부장과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이 해당한다.

임기가 내년 2월 말까지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 등 두 자리를 제외하고 치안정감 7명 중 5명을 교체한 셈이다.

특히 경찰청장 임기가 7월 23일까지인 가운데 치안정감 승진 인사가 먼저 발표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승진한 인물 중 유일하게 여성인 송 기획관은 대전 출신으로 1981년 순경으로 입직했다.

윤 국장은 청주 출신으로 경찰대 7기, 우 기획조정관은 김천 출신으로 경찰대 7기다.

김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행시 35회 합격 후 2004년 특채로 경찰이 됐다.

박 청장은 광주 출신으로 간부후보 41기다.

면면을 살펴보면 입직 경로와 출신 지역을 안배했다.

특히 기존 치안정감 7명 중에는 5명이 경찰대 출신이었지만, 이번에 승진한 5명 중에는 2명만 경찰대 출신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임기를 채우고 승진한 인사들이 보직을 맡게 되면 치안정감 중 경찰대 출신은 3명 또는 4명으로 지금보다 줄어든다.

새 정부 기조가 다양한 출신들에게 문을 열어주자는 분위기이기도 해서 경찰대 출신들이 향후에도 인사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곧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새로운 치안정감들의 보직이 발표되면 기존 치안정감 중 상당수는 물러나게 된다.

기존 치안정감들이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기 발령 등 후속 인사가 있을 수 있으나 보직 인사 후 통상 경찰 조직을 떠났다.

개방직인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고 6명 중 5명이 바뀐 가운데 현 치안정감 중 누가 잔류할지도 관심사다.

새롭게 진용이 갖춰진 치안정감 중 7월 경찰청장이 임명되는 점을 고려하면 7월 이후 치안정감 한자리가 공석이 될 수 있어 현직 중 2명이 잔류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치안정감 자리를 비워뒀다가 원포인트 인사를 할 수도 있지만, 전례가 없는 점을 고려한 전망이다.

잔류할 치안정감으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굵직한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유진규 인천경찰청장 등이 거론된다.

최 청장은 간부후보 40기, 유 청장은 경찰대 5기다.

차기 경찰청장 임명은 이르면 다음 달 초중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관련 업무를 총괄해온 우철문 경찰청 수사조정기획관과 행시 출신인 김광호 울산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