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배우 박해일(왼쪽부터), 박찬욱 감독, 탕웨이.  CJ ENM 제공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배우 박해일(왼쪽부터), 박찬욱 감독, 탕웨이. CJ ENM 제공
“너무나도 히치콕스럽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에 대한 해외 평단의 반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영화에 최고점인 별점 5개를 부여했다. 영국 출신 감독이자 ‘서스펜스의 대가’인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비유하며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느와르 로맨스와 함께 칸에 돌아왔다. 감정적 대치, 줄거리의 교묘한 비틈, 반전에 이은 반전이 히치콕스럽다”고 했다.

박 감독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이날 주연 배우 탕웨이, 박해일과 함께 시사회에 참여했다. 세계 영화 관계자들이 2300여 석의 극장을 가득 메웠고, 상영이 끝난 뒤엔 8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호평에 힘입어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5개국 판매)에 버금가는 성과다.

영화는 남편의 죽음을 맞은 여자 서래(탕웨이)와 그 진실을 파헤쳐가는 형사 해준(박해일)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 감독은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 전작과 달리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수위 높은 묘사도 없고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박 감독이 “지루하고 구식인 영화지만 보다가 (너무 폭력적이어서) 중간에 나갈 정도의 영화는 아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작품은 전작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로맨스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다.

“저는 계속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 왔어요. 스릴러를 내세워도 그 중심에는 로맨스가 있었죠. 이번에는 로맨스가 전면에 드러날 뿐입니다. 미묘하게 스며드는 고전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박 감독은 ‘색계’ ‘만추’ 등에 출연한 중국 출신 배우 탕웨이를 영화 기획 단계부터 캐스팅 1순위로 올려뒀다. 그는 “탕웨이 캐스팅이 안 되면 큰일인 상황이었다”며 “각본을 완성하지 못한 채로 캐스팅부터 할 만큼 탕웨이 섭외가 절박했다”고 말했다. 탕웨이의 한국어 연기에 대해선 “한국어 대사를 외국인이 하면 생기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깐느 박’이라고 불릴 정도로 박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의 사랑을 받는 감독으로 꼽힌다. 그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전에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과 심사위원상(박쥐)을 수상했다. 올해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다 같이 영화를 본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투자는 될까? 자본을 회수할 수는 있을까? 이렇게 코앞에 닥치는 일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런 일이 아무에게나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