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항공사 1분기 57억弗 벌었다…'달러가뭄'에 단비
국내 해운·항공업체들이 올 1분기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 순수익이 7조원을 웃돌았다. 해상·항공 운임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데다 물동량도 폭증한 결과다. ‘달러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 외환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적잖은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흑자로 돌아선 운송수지

해운·항공사 1분기 57억弗 벌었다…'달러가뭄'에 단비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운송수지 흑자액은 57억6000만달러(약 7조317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2억3000만달러의 158.2%에 달하는 수치로, 분기 기준 운송수지 흑자액 신기록을 경신했다.

운송수지(운송 수입에서 운송지출을 뺀 금액)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한국 항공사·해운사가 화물·인력을 운송하고 해외에서 받은 운송료 순수익을 말한다.

올 1분기 운송수지 흑자 규모는 같은 기간 제조업체의 상품수지 흑자(104억달러)의 절반을 웃돌았다. 올 1분기에 경상수지(상품수지와 운송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의 합계)가 흑자(150억6000만달러)를 유지한 배경 중 하나가 운송수지의 선전이란 뜻이다. 경상수지는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1990~2000년대만 해도 운송수지는 ‘외화벌이 창구’로 통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글로벌 해운업계를 장악한 업체들이 꾸준한 실적을 낸 덕분이다. 하지만 해운사 운송료가 내려가면서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한 2016년 2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 운송수지는 적자를 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도 2013년부터 알짜 운송사업부 등을 매각하며 적자구조가 굳어졌다.

환율 1300원 선 방어 일등 공신

해운업계는 2020년부터 터널을 빠져나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올 들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 운송수지 흑자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진해운에 이어 업계 맏형 자리를 물려받은 HMM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8.9% 늘어난 3조1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올 1분기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각각 1691억원, 7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245.8%, 80.6% 증가했다. 해운업계가 ‘깜짝 실적’을 이어간 것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1분기 평균이 4851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74.5%나 뜀박질한 결과다.

여기에 2015년부터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업계 구조조정 영향으로 화물을 나를 선박이 부족한 사태까지 겹쳤다.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를 운영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1분기에 영업이익으로 7884억원, 1769억원을 올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해운사·항공사가 경상수지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운송산업에서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했다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일찌감치 넘어선 것은 물론 외국계 자본의 유출 현상까지 빚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제 신용평가사가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의 핵심 펀더멘털 지표로 꼽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