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노동개혁 청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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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경제부 차장·좋은일터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6일 만인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교육개혁과 함께 노동개혁에 대해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이할 만한 점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노동개혁을 공언했음에도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그 흔한 성명 한 줄 내지 않았다. 경제단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차등적용 필요성만 주장해도 비판 성명을 내 온 양대 노총이지만 지금까지도 대통령의 노동개혁 발언에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5년간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해 왔으면서도 정작 대통령의 노동개혁 발언에는 형식적인 지지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개혁 일성은 왜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대통령이 직접 개혁을 주창했지만 액션플랜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컸던 만큼 아직 정책 방향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관망 모드라는 얘기다.
물론 법 개정이 필수적인 개혁 과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쉽지 않다. 집권 초기 민감한 이슈를 강행해 야당과 노동계를 자극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2년 후 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에는 ‘물음표’가 달리는 것은 물론 공허하기까지 하다.
개혁에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래야 준비가 되고 예측이 가능해진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사회적 대화라는 ‘지렛대’도 있어야 한다. 때마침 노동계를 설득할 적임자라 할 만한 고용노동정책 수장도 임명됐다. 2015년 1년 넘게 공들여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놓고도 양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목을 매다 실패한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산업 대전환기에 걸맞은 노동개혁 청사진을 내놓길 기대한다.
대통령 "개혁"…노동계 무반응
연금·교육개혁은 물론 노동개혁은 역대 정부 모두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섣불리 추진하지 못했거나 번번이 실패로 귀결된 숙원 과제다. 그런 난제에 대한 개혁 의지를 집권 초기에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을 주요 언론 대부분은 비중 있게 보도했다.하지만 특이할 만한 점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노동개혁을 공언했음에도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그 흔한 성명 한 줄 내지 않았다. 경제단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차등적용 필요성만 주장해도 비판 성명을 내 온 양대 노총이지만 지금까지도 대통령의 노동개혁 발언에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5년간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해 왔으면서도 정작 대통령의 노동개혁 발언에는 형식적인 지지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개혁 일성은 왜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대통령이 직접 개혁을 주창했지만 액션플랜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컸던 만큼 아직 정책 방향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관망 모드라는 얘기다.
산업전환기 개혁 액션플랜 시급
실제 대선 과정에서 나온 노동 관련 발언과 공약은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제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정비 등 경영계의 ‘민원’을 반영한 수준에 그쳤다. 최근 유출 논란을 빚었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도 노동개혁이라고 부를 만한 대목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고용보험 적용 확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 문재인 정부에서 그대로 가져다 쓴 공약도 상당수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중대재해법 정비와 주 52시간제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2024년 이후로 미뤘다.물론 법 개정이 필수적인 개혁 과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쉽지 않다. 집권 초기 민감한 이슈를 강행해 야당과 노동계를 자극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2년 후 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에는 ‘물음표’가 달리는 것은 물론 공허하기까지 하다.
개혁에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래야 준비가 되고 예측이 가능해진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사회적 대화라는 ‘지렛대’도 있어야 한다. 때마침 노동계를 설득할 적임자라 할 만한 고용노동정책 수장도 임명됐다. 2015년 1년 넘게 공들여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놓고도 양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목을 매다 실패한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산업 대전환기에 걸맞은 노동개혁 청사진을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