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좌·우 이념논쟁 제대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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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약자들 일자리 위기 내몬
민주당에 실망 '전향'한 레이건
문 정부 5년간 괴물 된 공기업
결자해지 대책 내놓기는커녕
'민영화 괴담' 부끄럽지 않나
이학영 논설고문
민주당에 실망 '전향'한 레이건
문 정부 5년간 괴물 된 공기업
결자해지 대책 내놓기는커녕
'민영화 괴담' 부끄럽지 않나
이학영 논설고문
로널드 레이건 미국 40대 대통령(1981~1989)은 영화배우 시절 할리우드의 좌파 행동가였다. ‘진보적 FDR(프랭클린 루스벨트) 민주당원’을 자임하며 미국노동총연맹 영화배우협회장(1947~1952)까지 지냈다. 약자 보호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루스벨트 정부의 강력한 복지정책은 매력적이었다. 생각이 바뀐 건 그런 정책의 역효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였다.
‘보모(保母)국가’ 유지를 위한 세금 인상의 역효과는 특히 충격적이었다. 정부가 “책임져주겠다”던 약자들의 삶이 그의 눈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A급 배우는 아니었어도 ‘박스오피스 보증수표’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미 부자였고, 세금 인상이 겁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 수준으로 오른 세율은 그와 동료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할 의욕을 앗아갔다. 그 불똥이 이들의 매니저, 구내식당 종업원, 촬영장 근로자들에게 튀었다. 수입이 줄고 아예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잇따랐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노동 약자들을 더 고난 속으로 몰아넣는 것을 목격한 그는 민주당과 결별하고 공화당원이 돼 정계에 뛰어들었다. 세금 인상이 ‘자유’와도 직결된 문제라는 깨달음이 그의 결단을 앞당겼다. “정부가 돈을 가져가면 개인으로부터 그 돈을 사용할 자유를 빼앗게 된다. 정부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열거나 운영하는 데 장애를 주고, 심지어 그만두게 만든다.” 국가 개입을 자제하고 개인 자유를 존중하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supply-side economics)’으로 1980년대 이후 미국에 창업과 투자, 일자리 붐을 일으킨 레이건이 민주당을 향해 남긴 어록이 유명하다. “내가 민주당을 떠난 게 아니다. 민주당이 나를 떠난 것이다.”
1주일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민주당이 제기한 ‘민영화’ 논쟁이 레이건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전 대통령선거 후보는 지난주 사회관계망에 “전기, 수도, 공항, 철도 등 민영화 절대 반대. 같이 싸워 달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송영길 전 당대표도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는 요금을 올리고 민생을 목 조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민영화 반대 국민저항운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두 유력 인물이 ‘민영화 반대’를 선거 화두(話頭)로 들고나오자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의 그 누구도 민영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선거가 불리해지니 아무도 한 적 없는 얘기로 허위 선동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여당이 반박하고 여론도 별로 주목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민영화 반대’ 구호는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 논란을 일과성(一過性)으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정치권에 제대로 된 이념논쟁을 벌일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정부 먼저냐, 개인 자유 우선이냐’라는 국가 운영 원칙과 기본의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할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보름 전 물러난 문재인 민주당 정부의 지난 5년간 국정 행보가 생생한 논쟁거리를 제공해준다. 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지표로 내걸고 곳곳에서 강력한 정부 개입을 밀어붙였다. 일자리에서조차 공공부문 역할을 강조했다. 공기업의 비약적 팽창은 그 대표적 산물이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34만5000명이었던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이 작년 말 44만3000명으로 4년 새 30% 가까이나 늘었다. 경쟁 무풍지대에서 덩치만 키운 공기업들의 경영 성적은 엉망이었고, 불어나는 적자를 빚으로 땜질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 때 동결됐던 공기업 부채가 문 정부에서만 100조원이나 늘어난 이유다. 개혁을 외면할 수 없게 되자 원인 제공자인 민주당이 “그럼 민영화하자는 거냐”며 역공(逆攻)을 편 게 ‘2022 민영화 괴담’의 전말이다.
집권하자마자 기업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를 올리고, 그 돈으로 ‘국가주의’의 오지랖을 원 없이 떨어온 게 민주당 정부의 지난 5년 여정이다. ‘골병든 공기업’은 그 상징적 단면이다. 세금 낭비와 미래세대 착취 없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건지, 이번 기회에 온전한 해법을 내놓고 제대로 한번 붙어봤으면 한다. ‘대책 없는 괴담’ 대신 ‘대안 있는 논쟁’을 해보자는 거다. 자신 있다면 말이다.
‘보모(保母)국가’ 유지를 위한 세금 인상의 역효과는 특히 충격적이었다. 정부가 “책임져주겠다”던 약자들의 삶이 그의 눈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A급 배우는 아니었어도 ‘박스오피스 보증수표’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미 부자였고, 세금 인상이 겁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 수준으로 오른 세율은 그와 동료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할 의욕을 앗아갔다. 그 불똥이 이들의 매니저, 구내식당 종업원, 촬영장 근로자들에게 튀었다. 수입이 줄고 아예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잇따랐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노동 약자들을 더 고난 속으로 몰아넣는 것을 목격한 그는 민주당과 결별하고 공화당원이 돼 정계에 뛰어들었다. 세금 인상이 ‘자유’와도 직결된 문제라는 깨달음이 그의 결단을 앞당겼다. “정부가 돈을 가져가면 개인으로부터 그 돈을 사용할 자유를 빼앗게 된다. 정부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열거나 운영하는 데 장애를 주고, 심지어 그만두게 만든다.” 국가 개입을 자제하고 개인 자유를 존중하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supply-side economics)’으로 1980년대 이후 미국에 창업과 투자, 일자리 붐을 일으킨 레이건이 민주당을 향해 남긴 어록이 유명하다. “내가 민주당을 떠난 게 아니다. 민주당이 나를 떠난 것이다.”
1주일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민주당이 제기한 ‘민영화’ 논쟁이 레이건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전 대통령선거 후보는 지난주 사회관계망에 “전기, 수도, 공항, 철도 등 민영화 절대 반대. 같이 싸워 달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송영길 전 당대표도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는 요금을 올리고 민생을 목 조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민영화 반대 국민저항운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두 유력 인물이 ‘민영화 반대’를 선거 화두(話頭)로 들고나오자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의 그 누구도 민영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선거가 불리해지니 아무도 한 적 없는 얘기로 허위 선동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여당이 반박하고 여론도 별로 주목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민영화 반대’ 구호는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 논란을 일과성(一過性)으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정치권에 제대로 된 이념논쟁을 벌일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정부 먼저냐, 개인 자유 우선이냐’라는 국가 운영 원칙과 기본의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할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보름 전 물러난 문재인 민주당 정부의 지난 5년간 국정 행보가 생생한 논쟁거리를 제공해준다. 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지표로 내걸고 곳곳에서 강력한 정부 개입을 밀어붙였다. 일자리에서조차 공공부문 역할을 강조했다. 공기업의 비약적 팽창은 그 대표적 산물이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34만5000명이었던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이 작년 말 44만3000명으로 4년 새 30% 가까이나 늘었다. 경쟁 무풍지대에서 덩치만 키운 공기업들의 경영 성적은 엉망이었고, 불어나는 적자를 빚으로 땜질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 때 동결됐던 공기업 부채가 문 정부에서만 100조원이나 늘어난 이유다. 개혁을 외면할 수 없게 되자 원인 제공자인 민주당이 “그럼 민영화하자는 거냐”며 역공(逆攻)을 편 게 ‘2022 민영화 괴담’의 전말이다.
집권하자마자 기업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를 올리고, 그 돈으로 ‘국가주의’의 오지랖을 원 없이 떨어온 게 민주당 정부의 지난 5년 여정이다. ‘골병든 공기업’은 그 상징적 단면이다. 세금 낭비와 미래세대 착취 없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건지, 이번 기회에 온전한 해법을 내놓고 제대로 한번 붙어봤으면 한다. ‘대책 없는 괴담’ 대신 ‘대안 있는 논쟁’을 해보자는 거다. 자신 있다면 말이다.